
김명수 대법원장의 뒤를 이을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61·사법연수원 19기)가 지명됐다. 이 후보자는 대표적인 ‘보수 성향’ 법관으로 사법부 지각 변동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이 부장판사를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대법원장은 전체 법관의 인사권을 행사하고 6년 임기 동안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원합의체 재판을 이끄는 사법부 수장이다.
이 후보자는 경남 함안 출신으로 부산 중앙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뒤 2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지난 1990년 서울민사지법에서 판사생활을 시작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원장, 대전고법원장 등을 거쳤다.
그는 엘리트 판사들의 모임으로 불리는 민사판례연구회에서 활동하기도 했으며 사법부 내에서 대표적인 보수 성향의 법관으로 분류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신임 대법원장 지명을 통해 사법부 구도의 변화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7년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의 대법관이 주를 이루며 진보 성향 우위 구도를 보였다. 지난 18일 조재연·박정화 대법관 퇴임 전까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3명의 법관 가운데 진보 성향으로 평가되는 법관이 7명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이후 권영준·서영환 대법관이 임명되면서 대법원 구도는 중도·보수 7명, 진보 6명으로 바뀌었다. 사회·정치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전원합의체 판단에 보수 색채가 짙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이 후보자 지명으로 대법원 보수 구도가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향후 대법원장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관 후보자들 역시 중도 혹은 보수 성향의 법관이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대법원이 지나친 보수 성향으로 치우칠 경우 정치 판결이라는 논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 진보 성향 대법관 임용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실상 이번 지명을 보면 대법원 구도에 드라이브를 걸었다고 봐도 될 것 같다”며 “이전 정부에서 지명했던 대법관들이 대부분 바뀌는 것으로 아는데 보수 색으로 싹 바뀌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물론 보수 성향의 법관들로만 일색을 이루면 그것 또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향후 대법관 인선에 균형 감각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