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계가 정찰 풍선 사태, 대만 문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으로 경색된 가운데 최근 미국에서는 중국인들의 토지 소유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확대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2일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올해 미국 33개 주(州)에서 중국 정부, 중국 기업체 또는 중국인의 미국 농지 또는 군사기지 주변 토지 매입을 금지하려는 법안이 81개 발의됐다.
이 중 12개 법안은 앨라배마, 아이다호, 버지니아 같은 주에서 법제화됐다.
법안 대부분은 공화당이 장악한 주 의회에서 통과됐지만, 일부는 국가안보 위협 문제가 공론화하면서 초당적으로 통과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법안 발의자들은 중국 정부가 군사 기지 인근의 땅을 매입하면 간첩 작전을 펼칠 수 있고, 적대적 외국 기관들이 미국 농지를 지나치게 많이 구매할 경우 국가 식량 공급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하이오 주의회 소속인 앤지 킹(공화) 하원의원은 “이 문제는 모든 오하이오 주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 주는 적들의 공격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킹 의원은 지난 6월 중국, 북한, 러시아 등 국가와 연계된 일부 기업 또는 개인의 미국 농지 및 토지 매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었다.
그러나 아시아계 미국인 단체들은 아시아인들을 겨냥한 증오 범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런 법안들은 국가 안보를 넘어 중국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을 조장할 소지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텍사스 주의회 의원을 역임한 공화당 소속의 마사 웡은 “단지 당신이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당신이 중국 정부의 일부라는 무지함을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플로리다주도 지난 6월 중국과, 이란, 북한, 쿠바, 시리아, 베네수엘라 등 일부 ‘염려 국가(foreign country of concern)’ 국민들이 플로리다에서 토지나 주택 등 부동산을 살 수 없도록 제한하는 법안을 도입했다. 대중 강경파로 알려진 공화당의 론 디샌티스 주지사가 법안에 서명했다.
중국인의 미국 토지 구매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연방 의회로 확대됐다. 연방 의회에서는 지난 3년 간 중국 기업과 중국인의 미국 토지 매입을 제한하는 법안이 최소 11개 발의됐다. 이중 의회를 통과한 법안은 없으며 일부는 계류 중이다.
앞서 미 상원은 미국 투자자가 중국 첨단기술 기업의 지분을 획득할 때 미국 재무부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 수정안을 초당적으로 통과시켰다.
주미 중국 대사관은 법안 도입 움직임을 비판했다.
중국 대사관은 성명에서 “중국과 미국 간 상업적 상호 작용은 양쪽 모두에게 이득”이라며 “무역과 투자를 정치화하는 것은 시장 경제 원칙과 상충하고 미국 시장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제한은 미국에서 아시아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을 부채질하며 미국의 가치에도 역행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과 중국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농지는 매우 작다며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가 부풀려졌다고 말한다.
미 농무부(USDA) 자료를 보면 중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농지는 전체 면적의 약 1%에 불과하다.
농무부에서 수석 경제학자를 역임한 조 글라우버는 “식량 안보를 목적으로 중국인 등 외국 투자자들의 토지 매입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미 우리가 생산하는 것의 많은 부분을 수출하고 있고, 이것을 집에 계속 보관할 필요는 없다. 농지에 관한 한 중국이 소유하고 있는 것은 말 그대로 양동이의 물 한 방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