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서울 도심에서 하마스를 지지하는 무슬림들의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주한이스라엘 대사관까지 행진해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다 경찰에 저지당했다.
진보단체 노동자연대는 11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를 열고 “이스라엘에 맞선 팔레스타인의 저항은 정당하다”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폭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00여명이 모였다. 한국인과 팔레스타인인 뿐만 아니라 이집트,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국내 거주 아랍인들이 다수 참여했다. 주최 측은 이들이 특정 단체 소속이 아닌 국내 아랍·이슬람 커뮤니티를 통해 모인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4개 기동대 250여명을 배치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집회 현장 주변을 지나던 시민이 “너부터 전쟁에 나가! 너부터 가자지구로 가”라고 외치자 참가자들이 야유하고 소리를 지르는 소동도 벌어졌다.
국내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의 증언도 나왔다. 아메르씨는 “이스라엘은 남녀노소할 것 없이 학살을 저지르고 물, 전기, 가스를 모두 끊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죽이려 하고 있다”며 가자지구 현지에 있는 친구와 통화를 연결했다. 발언과 통화는 동시통역으로 진행됐다.
전화를 받은 카림씨는 “이스라엘이 무자비하게 민간인들의 머리 위로 폭탄을 쏟아내고 있다. 집과 건물, 상가 모두 폭격을 받는 상황”이라며 “학교, 병원, 심지어 부상자를 실어나르는 구급차와 소방대원마저 폭격 대상이 됐다”고 전했다. 현지 통신 사정이 좋지 않아 통화는 ‘삐’ 소리를 내며 끊겼다.
통화 도중 인도에 있던 백인 여성이 집회를 향해 소리를 지르자 집회 참가자들이 “프리 프리(Free Free) 팔레스타인!”을 연호하며 항의하기도 했다.
이어진 발언에서 이집트인 압둘라씨는 “지난 20년 동안 팔레스타인에 대한 봉쇄가 지속됐다. 국제연합(UN)이 봉쇄를 해제하라고 여러 번 성명을 발표했는데도 이스라엘은 이를 무시해 왔다”며 “어제까지 살해 당한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300명에 달한다. 사진에 있는 어린아이들이 최연소 테러리스트라도 되냐”고 호소했다.
주최 측은 집회 후 서울 종로구의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까지 행진해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다. 이들은 대신 광화문 네거리에서 종각역과 청계천을 거쳐 대사관 인근까지 이동했다.
대사관 근처에 설치된 폴리스라인 앞에서 팔레스타인 라메르씨는 “오늘 길에 소식을 들었는데 가자지구의 형님 집에 폭격이 있었고 형수님이 사망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 단위의 아랍인들도 여러 명 있었다. 이들은 행진이 끝난 후 함께 사진을 찍고 격려한 후 해산했다. 집회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노동자연대 측은 우편으로라도 이스라엘 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