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 속에서도 최근 미국 경제가 탄탄한 모습을 과시하고 있지만, 제조업의 생산성은 10년 간 꾸준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의 이 같은 점을 언급하며 한국과 달리 기술 활용도가 낮다는 점 등이 그 원인이라고 짚었다.
지난달 미 상무부는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4.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고강도 통화 긴축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세부적으로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연율 0.2% 감소했다. 이는 미국 경제 성장이 서비스업에 의해 주도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특히 제조업 부문의 생산성은 2011년 이후 장기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데이터 집계 이래 첫 ’10년 간 하락’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제조업의 고용은 중국의 부상으로 2000년대 초반 급격하게 줄었으나, 생산성은 2011년까지만 해도 증가해왔다. 특히 1990~2000년대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성이 급증했고, 2010년대 초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컴퓨터·전자제품 부문이 약해지면서 제조업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2011년 이후 제조업 전체 둔화의 3분의1 이상은 컴퓨터·전자제품 부문이 차지했다.
또 컴퓨터·전자제품 외의 내구재 제조업과, 담배·옷 등 비내구재 제조업에서도 생산성이 꾸준히 떨어졌다. 기계부터 섬유까지 19개 제조업 부문 중 14개 부문이 2010년대에 감소세를 보였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기술 활용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낮기 때문일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은 기술 초강대국이지만, 실제로 기술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는 뒤처져 있다는 것이다.
미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에 따르면 미국의 노동자 1인당 로봇 도입률은 15개국 중 7위다.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 중 하나인 한국은 노동자 1인당 로봇 도입률이 미국보다 3배 더 높다고 설명했다.
2010년대 초 미국 제조업체들이 기술 채택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미국 제조업 부문에서 노동비용의 비율은 민간부문 전체에서보다 약간 더 빠르게 증가해 왔다고 한다.
이외에도 미국의 제조업 둔화 원인과 관련해 많은 경제학자들이 수많은 가설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독점금지법 집행이 느슨하다는 점, 미국 소프트웨어·인터넷 산업이 상대적으로 매우 발전했다는 점 등을 경제학자들은 언급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한편 미국은 최종 조립이 미국 내에서 이뤄져야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통해 제조업의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 선전경제특구처럼 기업과 투자를 집중시켜 생산성을 높이려는 시도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