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두 번째 정상회담이 적당한 수준의 합의로 약간의 진전에 그쳤다는 비판적인 평가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중국의 성명 등을 토대로 “양국을 분쟁 위기로 이끌었던 의제에 관해서는 아주 작은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열린 시 주석과의 취임 후 두 번째 정상회담을 두고 “우리가 했던 것 중 가장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논의였다”라고 자평한 바 있다.
NYT는 그러나 “그들이 발표한 합의는 적당(modest)했고, 그들의 가장 중요한 약속은 대화를 계속하고 위기 상황에 전화기를 들자는 것이었다”라고 꼬집었다. 결국 ‘관계 유지’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로 보인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인공지능(AI) 분야 합의를 들었다. 미국 측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핵탄두 지휘통제 시스템 등에 AI를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하기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NYT는 그러나 이 문제와 관련해 “어떤 공식적인 형태의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백악관 설명에는 정부 간 대화를 통해 AI의 위험성 대응과 안전성 증진이 필요하다는 점 정도가 거론됐다.
다만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보좌관들이 이후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이 문제와 관련해 왕이 중국 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대화를 이어가리라고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대만과 관련해서도 양 정상이 과거 회담에서 언급했던 내용을 대체로 반복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게 NYT의 평가다. 대만 문제는 중국이 그들 내정 문제로 간주하며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온 의제다.
이와 관련, 시 주석은 이날도 대만 문제를 반드시 지켜야 할 ‘레드라인’으로 규정하고, 대만 독립에 반대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하나의 중국 정책’ 불변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가장 강조한 펜타닐 합의를 두고도 NYT는 “중국은 이전에도 비슷한 약속을 한 적이 있다”라고 했다. 중국은 트럼프 시절인 2019년 펜타닐 관련 약물 생산·판매·수출 제한에 합의했었다.
양국의 첨단 기술 경쟁을 두고는 서로 입장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다. 시 주석은 미국의 수출 통제에 불만을 표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군사 목적 사용 가능 기술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편 미국이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해 온 북한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NYT는 이날 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이날 정상회담 관련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자국의 약속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