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대급 무역적자를 만든 중국 수출 시장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견고한 호조세를 이어가는 미국이 대중 수출액을 추월할 지 주목된다. 올해 턱밑까지 추월한 대미 수출액이 중국을 넘어선다면, 우리나라 최대 수출시장 지위를 미국이 20여 년 만에 탈환하게 된다.
21일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우리나라 2위 수출국인 미국향 수출액은 1위인 중국의 91.1% 수준까지 증가했다. 대중 수출액은 1~10월 누적 기준 1026억478만 달러(약 132조6166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3.0% 감소한 반면 미국은 934억8343만 달러(약 120조8273억원)로 2.0% 증가했다.
그동안 주춤했던 대중 수출은 정보기술(IT) 수요 증가로 내년부터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그동안 큰 감소세를 보였던 중국과 아세안(ASEAN) 지역 수출이 반도체 경기와 함께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미 수출은 전기차 판매 호조세에 역대급 실적을 경신했으며 내년에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무협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전기차 수출액은 5년 만에 60배 급증했다.
내년에 대미 수출 호조세가 견고하게 유지된다면, 미 수출액이 중국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성근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전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재진을 만나 “미 수출시장은 자동차 분야를 괜찮게 보고 있어서, 중국 회복세 부진이 이어진다면 (미국이 중국 수출액을 따라잡을) 가능성도 어느 정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미 수출액이 중국을 추월한다면, 우리나라 최대 수출시장 지위를 미국이 20년 만에 탈환하게 된다. 중국은 지난 2003년 미국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대중국 수출액은 2위 시장인 미국과 점차 격차를 벌이며 독보적인 1위로 자리매김했다. 심지어 지난 2018년 말 기준 중국(1621억2505만 달러)은 미국(727억1993만 달러)의 2배 넘게 성장했다.
양국 수출액 격차는 지난해부터 좁혀졌다. 대중 수출액이 경기 침체로 감소한 반면 미국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수출액은 4.4% 감소한 반면 미국은 14.5% 증가했다. 게다가 올해 중국의 감소폭이 두자릿수로 커지면서 격차는 추가로 줄었다.
대중 수출액 감소세는 중국의 경기 회복이 지연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대중 수출 증가세가 본격화하지 않은 탓이다. 게다가 글로벌 IT경기 부진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이 침체되면서 수출 실적도 저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향상된 요인도 있다.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이 상승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산업연구원은 앞으로 중국시장에서 한국산이 중국산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중국의 수입시장에서 한국 시장점유율은 지난 2015년 10.9%에서 올해 6.2%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산업환경실장은 “유럽연합(EU)과 미국 시장에서는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친환경차 인프라 투자 영향으로 자동차 수출 호조세가 예상되고, 기계철강 분야 등에서 수요가 증가할 여력이 있는 반면 중국 시장에서는 우리가 의존하는 석유화학과 소재 분야에서는 여전히 경기가 살아날 것 같지 않다”며 “그런 점을 고려하면 대중 수출 회복세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