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시간 동안 남은 힘을 다해 많은 이들에게 감명을 줄 수 있는 작품으로 보답하겠다.”
새해 갑진년 청룡의 해 89세의 조각가 김윤신 시대가 활짝 열렸다.
미국 최고 갤러리인 리만머핀이 김윤신 작가와 전속계약을 국제갤러리와 공동으로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지난해 서울 시립 남서울 미술관에서 열린 ‘김윤신:더하고 나누며, 하나’ 전시로 국내 대중들에게도 이름을 알린 작가는 한국의 1세대 여성 조각가로 통한다.
조각가 김윤신은 “2023년은 나의 60여 년 예술 인생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지난 40년간 아르헨티나에 머물며 작업한 것은 내 의지에 의한 결정이었고, 2022년 아흔을 눈 앞에 두고 한국을 방문한 것은 생애 마지막 고국 방문으로 계획된 것이었다. 2023년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개인전을 계기로 국제갤러리 이현숙 회장과 리만머핀의 라쉘 리만(RachelLehmann) 공동 창립자를 만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두 갤러리의 성원과 격려, 그리고 고국에 계신 분들의 따뜻한 환대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김윤신은 일제강점기인 1935년 강원도 원산(현 북한지역)에서 태어나 한국전쟁으로 가족과 서울로 남하했다. 1959년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1960년대 프랑스로 유학갔다. 1964년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조각 및 석판화를 전공했다.이후 1984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작가는 지난 60여년 간 활발한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나무 조각’이 대표작품으로 원시적인 미감과 강인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고대의 구조적, 영적 요소를 내포하며 자연과 합일하기 위한 상호작용을 위해 내구성이 강한 견고한 나무를 주재료로 사용한다.
1970년대 초반의 조각 작업은 못을 사용하지 않고 두 목재 구조를 얽어 접합하는 전통 한옥의 결구(結構) 기법에 근간을 두고 있다. 한편 ‘기원쌓기 Stacking the Origins’ 연작에서 김윤신은 이른바 토테미즘이라 불리는 원시 민간신앙에서 발견되는 자연물의 수직 쌓기 개념을 탐구한다.
강렬한 색감이 돋보이는 회화 역시 ‘합’과‘분’의 과정을 수반함으로써 완성된다. 작가는 나이프를 이용해 채색한 화면의 페인트를 긁어내는 방식으로 기하학적 조형 인자와 조각적 공간이 두드러진다. 아르헨티나에서 자생하는 형형색색의 다채로운 돌과 나무, 그리고 남미의 토테미즘에서 나타난 화려한 무늬와 색조에 매료된 작가의 생활환경에서 비롯됐다.
리만머핀은 김윤신의 작업은 오는 2월 열리는 프리즈 LA 리만머핀 부스에서 첫 선을 보인 뒤 3월 리만머핀 뉴욕 갤러리의 ‘인 포커스(In Focus)’ 전시에도 소개된다”고 밝혔다.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대한민국 1세대 여성 조각가로서 활약한 김윤신의 초기 작업은 미래 세대의 여성 예술가들을 위한 길을 닦는데 긴요한 역할을 했고, 한국 미술의 다양화에 기여했다. 같은 시기의 한국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김윤신 또한 가부장제를 비롯한 당시 사회 관습에 도전했다. 강인한 자주정신과 인내를 토대로 보여준 작가의 다작 행보는 놀라울 따름이다. 그의 작업을 전 세계새로운 관객과 공유할 기회를 갖고, 또 그러한 기념비적 순간에 국제갤러리와 협력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리만머핀 서울의 손엠마 수석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