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LA타임즈는 알츠하이머와 팬데믹으로 1년간 서로를 만나지 못한 한 노부부의 안타깝고 슬픈 사랑 이야기를 보도했다.
지난 2월 17일, 85세의 고든 노먼은 거실에 홀로 앉아 부인 다이앤 노먼과 페이스타임을 통해 54주년 결혼기념일을 자축했다. 이 부부가 서로를 직접 본 지는 거의 1년이 다되었다.
4년 전부터 알츠하이머를 앓고있는 80세의 다이앤이 지난해 4월 양로시설로 입주하면서 팬데믹이 겹쳐 시설 방문이 모두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고든은 샌개브리엘 밸리에 위치한 양로시설 문앞에 다이앤을 위해 약, 기저귀, 팝타르트, 카드 등에 “Princess Di” 라고 써 두고간다.
고든은 유리창을 눈앞에 두고 서로를 직접 만나지 못하게 되면 다이앤을 더 큰 혼동 속에 빠뜨릴까 두려워 항상 문앞에서 다이앤을 위한 선물꾸러미와 카드만을 두고 뒤돌아선다.
노먼 부부처럼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양로시설이나 재활원 등에 가족이 있는 경우 1년여간 서로의 얼굴을 한번도 보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가족들이 많다. 페이스타임을 하며 언제 집에 돌아오냐는 다이앤의 질문에 고든은 우리 모두가 백신을 맞게 된다면 이르면 다음달 쯤에 집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이를 듣고 다이앤의 얼굴엔 환한 웃음꽃이 핀다. 고든은 “결혼생활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죠. 좋으나 나쁘나 받아들여야해요”라고 말한다.
1967년 2월 17일 결혼한 노먼 부부는 글렌도라 고등학교의 교사와 PTA 카운슬, 글렌도라 지역위원회 등 다양한 단체장 등으로 커뮤니티를 위해 활발히 활동해왔다.
하지만 2017년 6월부터 다이앤의 기억력이 감퇴하기 시작했고 결국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지난해 4월 3일을 마지막으로 다이앤의 얼굴을 한번도 보지 못한 고든은 외로움과 고통 속에 지내고 있다.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에는 장미꽃 한다발과 초콜릿 한박스, “Princess Di”에게 보내는 카드, 그리고 기저귀 한박스를 문 앞에 두고 돌아왔다.
고든은 다이앤이 자신을 몰라봐도 자신이 다이앤을 알고있으니 괜찮다며 하루빨리 팬데믹 사태가 마무리되고 다이앤의 얼굴을 직접 볼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강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