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정부가 300여 년 전 카리브해서 침몰한 ‘난파선의 성배’로 불리는 해저 보물선에 대한 탐사와 인양 계획을 발표했다. 이 배엔 실린 보물의 가치는 2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 등 외신에 따르면, 콜롬비아 정부는 23일(현지시간) 올해 450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카리브해에 가라앉은 스페인 범선 ‘산호세(San Jose)’의 탐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또한 2026년까지 선박을 인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1698년 건조된 ‘산호세’는 중남미 식민지에서 획득한 보물들을 스페인 본국으로 운송하는데 사용됐다. 이후 1708년 콜롬비아 북부 카르타헤나(Cartagena) 인근에서 영국 함대와 마주쳐 전투에 휘말렸다. 그리고 배의 화약고가 폭발하면서 침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600명의 선원이 탑승하고 있었고, 11명을 제외한 전원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진다.
잊혀진 이 보물선의 존재는 지난 1981년 미국 기업인 글로카 모라(Glocca Morra, 현재 명칭 시 서치 아르마다(Sea Search Armada))가 해저에서 선박을 발견했다고 알리면서 다시 수면 위로 등장했다. 당시 이 회사는 산호세를 회수하면 보물의 절반을 받기로 약속하고 좌표를 콜롬비아 정부에 전달했다. 그러나 콜롬비아 정부는 회사가 제공한 좌표에서 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고, 이후 2015년 자국 해군이 다른 위치에서 ‘산호세’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도굴 등 범죄의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정확한 위치는 기밀로 하고 있다.
해저 3100피트(약 944m)에 묻힌 이 난파선엔 1000만개 이상의 금화와 은 200톤, 에메랄드 등 다양한 보물이 실린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가치로 200억 달러(약 26조 6500억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콜롬비아 해군 잠수부들이 촬영해 작년에 공개한 사진에선 배의 많은 부분이 온전히 보존된 것이 확인됐다. 당시 잠수부들은 금괴와 동전, 도자기 등을 발견했다.
‘산호세’가 무사히 인양되더라도 보물의 소유권을 놓고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시 서치 아르마다(전 글로카 모라) 측은 보물 절반의 소유권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100억 달러(약 13조 3000억원)를 요구해 콜롬비아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콜롬비아 정부는 탐사 계획을 발표하기 전날 이 회사와의 소송을 공식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또한 ‘산호세’의 원소유주인 스페인과 실린 보물이 생산된 국가인 볼리비아도 소유권을 주장하는 상태다.
하지만 ‘산호세’가 가진 가치는 보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배의 화물들은 역사 연구의 자료로도 가치가 있으며, 전문가들은 당시대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이 어떠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후안 다비드 코레아(Juan David Correa) 콜롬비아 문화 장관은 이 선박의 가치가 금전적인 것에 있지 않다며 “역사가 곧 보물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