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국내 최대의 아이티국립교도소에 3일(현지시간) 무장 갱단이 쳐들어가서 탈출작전을 감행, 수 백명의 재소자가 탈옥하는 등 시내 전체에 밤새 전시상황이 벌어졌다.
여러 명의 갱단 두목이 수감되어 있는 이 곳에서는 이로 인해 최소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번 탈옥 작전은 그 동안 극성을 부리던 아이티의 조직 폭력이 한 동안 하향세를 보이던 중에 새롭게 수도 안에서 조직적인 무장 공격을 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작전은 그 동안 퇴진 시위 등으로 압박을 받아온 아리엘 앙리 총리가 유엔이 지원하는 케냐보안군을 도입해 국내 치안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해외 출장을 나간 사이에 거행되었다.
이 날 교도소 정문이 활짝 열린 가운데 입구에는 총상을 입은 3명의 시신이 놓여있었다. 경비병들은 보이지 않았다.
현장에는 비닐 샌들과 옷가지, 선풍기 같은 잡동사니가 이리 저리 흩어져 있었다. 평소에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정문 안쪽의 콘크리트 마당도 3일에는 텅비어 을씨년스러운 풍경이었다.
인근 지역에서는 두 손이 뒤로 묶인 채 얼굴을 땅에 대고 쓰러진 피투성이의 남성 시신 2구가 발견되었다. 불타는 타이어로 길을 막은 바리케이트 옆으로 주민들이 조심스럽게 지나 다니고 있었다.
아이티 정부는 대국민 담화에서 이번 교도소 폭력사태로 탈출한 흉악범들과 살인범, 유괴범 등을 체포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국민들을 진정시켰다.
아이티 공보부도 “국립 경찰이 모든 수단을 다해서 달아난 탈옥범들과 이번 범죄행위에 가담한 공모자들을 색출하고 있다. 이들을 모두 체포해서 공공질서를 회복시키겠다”고 전용 X(전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교도소내 인권 감시를 위한 비영리 시민단체의 아르넬 레미 변호사는 교도소에 갇혀 있던 약 4000명의 재소자 가운데 현재 남아있는 인원은 100명도 못된다고 자신의 X계정에 밝혔다.
남아있기로 한 사람들 가운데에는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전 아이티 대통령의 암살에 가담한 콜롬비아 용병출신 18명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콜롬비아인들은 탈옥 사건 전 날인 2일 밤 목숨을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동영상을 내보냈다.
그 중 프란치스코 우리베는 “제발, 제발 살려 달라. 지금 감방 안에서는 저들이 수 많은 사람들을 무차별 학살하고 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내보냈고 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널리 퍼져있다.
다음 날인 일요일 평소엔 철통같았던 경비가 사라진 교도소에 기자들이 자유롭게 안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베는 “내가 달아나지 않은 것은 나는 아무런 죄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교도소측의 공식 연락이 없었기 때문에 재소자들의 수 많은 가족들이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교도소로 몰려들었다.
아들의 행사를 알 수 없다는 어머니 알렉상드르 장은 감방마다 돌아다녔지만 아들을 찾지 못했다며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일의 교도소 탈옥의 여파는 주변 지역에도 확산되어 여러 마을에서 총격전 발생이 보고되었다.
아이티 제2의 대형 교도소로 1400명을 수용하고 있는 시설에서도 무장 갱단이 폭동을 일으켜 교도소를 점령했다. 전국 최대의 축구경기장도 무장 갱단이 점령해서 직원 한명을 인질로 잡고 여러 시간째 대치하고 있다고 국가 축구연맹이 발표했다.
갱단 폭동으로 광케이블망이 절단되는 바람에 아이티 최대의 휴대전화 통신사의 인터넷 서비스도 한 때 중단되었다.
아이티에서는 불과 2주일 동안 여러 군데의 국가 기관도 갱단의 공격을 받는 등 이들의 조직적인 공격작전은 중앙은행을 습격할 정도로 최고도에 이르고 있다.
지난 주에는 아이티 국제공항에서도 갱단들의 사격이 벌어지면서 미국 대사관은 아이티행 출장을 전면 금지하도록 본국에 통보했다. 지난 달 29일에는 경찰관 4명이 갱단의 총격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유엔 발표에 따르면 인구 1100만명의 아이티는 약 9000명의 국립 경찰이 치안을 맡고 있지만 포르토프랭스의 80% 지역을 점유하고 있는 갱단의 수에 밀려 주기적으로 후퇴를 반복하고 있다.
이번 교도소 습격 사건은 ‘바베큐’란 별명으로 알려진 전직 고위 경찰관 지미 셰리지에가 주동한 것임을 스스로 밝혔다고 경찰은 말했다. 그는 앙리 총리의 귀국을 막기 위해 아이티 경찰총장과 정부 장관들을 납치하는 게 목적이라고도 밝혔다.
신경외과의 출신의 앙리 총리는 사퇴요구를 일축하면서 귀국하는게 위험하지 않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응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