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미술 올림픽’인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전쟁 반대’ 시위가 벌어져 소동이 일었다.
17일 이탈리아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에서 언론에 미리 개막한 2024베니스비엔날레는 감탄 소리가 아닌 함성 소리로 전 세계에서 온 미술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지난 2월부터 이스라엘의 전시 참가 금지를 요구하며 온라인 청원을 해온 대량학살 반대 예술 연맹이 주도하는 시위대로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잔학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의 전시 참가를 반대해왔다.
시위대들은 곳곳에서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비바 팔레스타인'(팔레스타인 만세)를 외치는가 하면 이스라엘관 인근에 ‘대량학살 국가관에 반대한다'(No To The Genocide Pavilion)는 붉은색 팸플릿을 뿌렸다.
이날 26개의 국가관 중 24개관이 화려하게 문을 열었지만 이스라엘관은 굳게 닫혀 있었다.
미술관 유리문에 부착된 안내문에는 “이스라엘관의 작가와 큐레이터는 휴전과 인질 석방 합의가 이뤄지면 전시관을 열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스라엘관은 인질 가족들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이스라엘 공동체와의 연대를 보여주는 비디오 설치작품 ‘(M)otherland’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작가와 큐레이터들은 이번 전시 중단 결정을 이스라엘 정부에 미리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맡은 남미 출신 첫 브라질 큐레이터 아드리아노 페드로사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매우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밝혔다.
26개의 국가관을 운영하는 베니스비엔날레는 전쟁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않다. 2년 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관이 폐쇄되기도 했다. 올해 러시아는 국가관을 볼리비아에 대여해줬다.
국가관 중 맨 마지막에 위치한 한국관은 한국인의 향을 전파하는 구정아의 단독 개인전 ‘오도라마시티’를 선보인다. 전시는 11월 24일까지 약 7개월간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