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유명 관광도시인 베네치아(베니스)가 도시 입장료 징수 하루 만에 비판에 직면했다. 베네치아시는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도시 입장료 부과에 주민 반응은 차갑다.
주민 활동가 단체인 베네치아닷컴을 이끄는 마테오 세키씨는 25일(현지시각) 가디언에 “거의 도시 전체가 반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라며 “베네치아를 향한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다. 농담치는 건가”라고 반발했다.
베네치아시는 오랜 논의 끝에 이탈리아 해방기념일인 이날부터 당일치기 여행객에게 도시 입장료를 징수하기 시작했다. 오는 7월14일까지 여행 성수기로 지정된 29일 동안 베네치아를 찾는 당일 방문객은 입장료로 5유로(약 7400원)을 내야 한다. 무작위 검표에서 온라인 입장권을 제시하지 못하면 벌금 최대 300유로(약 44만원)가 부과된다.
시(市) 거주자를 제외한 당일 여행객 대부분이 징수 대상에 해당한다. 그 때문에 이날 예약만 5500명이 몰려 베네치아시는 세수 2만7500유로(약 4052만원)를 충당했다. 첫날 입장권 총판매량은 그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입장료 징수제 시행이 홍보되면 입장권 판매와 입장권 미소지자 벌금 징수로 시가 확보하는 세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 입장료를 받는 세계 최초의 도시라는 오명을 쓴 베네치아시는 당일치기 여행자 유입을 억제해 과잉 관광으로부터 도시를 보호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시장은 “도시를 다시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일”이라고 이를 비호했다. 브루냐로 시장은 베네치아시 세수를 늘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계획이 성공하면 주민의 지방세를 삭감하겠다”고 민심을 달랬다.
하지만 흉흉한 민심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부 주민 단체는 이날 집회를 조직해 도시 입장료가 과잉 관광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방침이다.
주택 협회인 ASC를 이끄는 페데리카 토니넬로씨는 “그들은 이 조치가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베네치아 같은 도시에 대규모 관광이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며 “5유로로는 관광객 유입을 막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어 “당일치기 여행객이 문제가 아니라 저렴한 주택 부족 같은 것이 문제”라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에어비앤비(Airbnb·숙박 공유 서비스) 같은 것을 제한하는 규칙을 만드는 등 주민을 돕기 위한 정책”이라고 일갈했다.
일각에서는 온라인에 관광객의 개인정보를 모두 입력한 뒤 입장료를 내는 방식에도 보안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다만 일부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지역민도 존재한다. 그들은 제도가 성수기 인파 관리와 정확한 도시 방문객 수를 계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도를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