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서방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무기 사용 제한을 속속 해제·완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 ‘카수스 벨리(casus belli·개전 이유)’까지 언급하며 “우리의 핵 위협은 허풍이 아니다”고 경고했다.
31일(현지시각) 스카이뉴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술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고 서방과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는 “러시아와 서방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되고 있다”면서 “그 누구도 마지막 단계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 단계’는 나토와의 전면전, 즉 3차 세계대전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데 사용하는 모든 장거리 무기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통제하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것은 군사 지원이 아니라 우리에 대한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라면서 “그러한 행동은 ‘카수스 벨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수스 벨리는 라틴어로, 전쟁을 정당화할 때 내세우는 개전 이유란 의미다.
그는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가 될 것이라면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적대국’을 ‘전략 핵무기’로 타격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협박도, 허풍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영국 등 나토 국가 일부는 최근 잇따라 자국이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에 무기 사용 제한을 해제했다. 주저했던 미국과 독일까지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주 방어에 한해 일부 허용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반면 이탈리아는 공개적으로 반대했고, 벨기에는 이날 아직 인도하지 않은 F-16 전투기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체코 프라하에서 나토 외무장관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위권을 확대가 아니다. 그것은 유엔 헌장에 명시돼 있는 기본권”이라면서 “우크라이나는 자국민을 보호할 권리와 책임이 있고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자위권 유지를 도울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우)전쟁이 진화하면서 나토의 지원도 진화했다”며 “(나토)동맹국들이 무기 사용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고 있는 것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