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7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을 진행한 가운데, 외신들은 ‘삼성이 오랫동안 노조 결성을 방해했기 때문에 역사적 중요성이 있다’는 전문가 평을 전하는 등 이번 파업에 주목했다.
먼저 NYT는 ‘파업은 사업에 영향이 없다’는 사측 입장을 전하면서도, “반도체 사업이 인공지능(AI) 붐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며 고객과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 노력해 온 삼성으로서는 (이번 파업 시점은) 불편한 타이밍이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최근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상당히 떨어졌다는 전문가의 말을 전했다.
주식조사업체 아레테리서치의 김남형 애널리스트는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매우 존경받는 기업이며 수십 년 동안 선두주자였다”면서도 “하지만 경쟁사에 기술 리더십을 잃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 파업은 현재 삼성전자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NYT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10여년 만에 최저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 AI 반도체에 탑재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1위 자리를 내줬다는 점 등을 짚었다. 물론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약 14억 달러(1조 9100억원)의 영업 이익을 올렸다는 점 등도 언급했다.
전삼노는 회사측이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이 아니라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조합원의 하루 연차 사용방식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AFP는 오슬로대 한국학과 블라디미르 티코노프 교수의 말을 인용, 삼성전자에서 사상 처음으로 파업이 진행됐다는 점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티코노프 교수는 “삼성이 오랫동안 노조 결성을 방해하고 노조 파괴에 관여했기 때문에 이번 파업은 역사적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집단 행동이 “한국에서 노동권이 점차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FP는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부터 현 이재용 회장까지 노조 결성에 상당한 거부감을 드러내 온 역사에 대해서도 짚었다.
일부 일본 언론도 삼성전자의 첫 파업을 조명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파업 현장 모습과 파업에 대한 일반 직원들의 반응, 한국의 MZ 세대가 노동권에 관심이 높다는 점, 최근 삼성전자의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점 등 삼성전자의 현 상황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파업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다는 류코쿠대 정책학부 안주영 교수의 평가를 전했다.
안 교수는 한국 자동차·조선 등 제조업계 노동자들이 파업을 통해 임금·노동환경을 개선한 역사가 있다면서, “(파업 등) 운동의 물결이 실적이 부진한 반도체 업계에도 파급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파업에 대해선 “노동자의 목소리가 묻혀왔던 삼성에서 노사 관계가 건강하게 나아갈 수 있는 출발점”이라면서 “삼성이 노조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