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당신을 무너뜨릴 것입니다” “이렇게 잔인한 걸작이 있을 수 있나요” “읽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요”
최근 국내 서점가에서는 8년전 출시된 소설이 역주행해 주요 베스트셀러 차트 1위를 휩쓰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출판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이 책은 바로 아시아계 미국 소설가 한야 야나기하라의 장편소설 ‘리틀 라이프(A Little Life)’다.
지난 2016년 6월 국내에 출시된 리틀 라이프는 12일 현재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주요 온라인 베스트셀러 차트에서 모두 1위에 올라 있다.
2015년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까지 오르며 좋은 평가를 받았고, 그동안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던 책이었지만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만들어 낸 것은 숏폼 동영상의 힘이었다.
열풍의 진원지는 틱톡이다. 미국에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리틀 라이프를 리뷰하는 틱톡 영상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책장을 넘기면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고 결국에는 오열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틱톡 유저들이 댓글창에서 서로 소감을 나누거나 정보를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홍보 효과가 증폭됐다.
이런 트렌드는 국내 출판시장에도 파급효과를 미쳤다. 지난달 26일 한 한국 리뷰 유튜버가 해외 리틀 라이프 독자들의 반응을 소개하는 영상을 올리면서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619만회, 틱톡에서 81만회가 조회됐고, 책의 판매량도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리틀 라이프는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인 주드와 그 친구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드는 꽤 멋진 삶을 살고 있지만 많은 것을 숨기고 있는 비밀스런 인물이다.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끔찍한 학대를 당했던 그의 과거가 서서히 드러난다.
독자들은 트라우마에서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주드의 모습을 보면서 강한 감정적 반응을 일으킨다. 이 책을 읽고 ‘후유증이 크다’ ‘내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이 책은 금서로 지정해야 한다’는 반응이 잇따르는 이유다.
리틀 라이프는 분량이 1000 페이지에 달하지만,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멈출 수 없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국내서에는 1편과 2편으로 나뉘어 출간됐다. 1편은 베스트셀러 1위를 석권했고 2편도 차트 상위권에 올라 있다.
유튜브와 틱톡의 시대가 되면서 동영상이 활자 매체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은 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영상의 힘으로 새로운 종이책 붐이 만들어지는 일이 적지 않다.
틱톡에서는 책을 읽고 감상을 공유하는 북톡(#BookTok)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 또 흔한남매, 빵먹다살찐떡, 문상훈 등 인기 유튜버들이 출간한 책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는 일도 자주 관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