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22일 워싱턴에서 주말 유세를 하면서 기독교도 유권자들의 지지 투표를 호소했다고 AP통신 등 미국 매체들이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 날 복음파 기독교 신도들 모임에서 “여러분은 2024년 대선에서 옆으로 물러나 있을 여유가 없다”면서 “기독교인들이여, 제발 투표에 나서 달라!”고 외쳤다.
트럼프는 또 각급 학교를 비롯한 여러 공공 장소에 ‘십계명’을 비치하도록 허용하겠다고 이 날 워싱턴 시내의 정치적 유력자 기독교도들 집회에서 밝혔다.
그는 루이지애나에서 이 번 주에 십계명을 학교 교실에 비치하는 새 법안에 서명하기로 했다며 향후 모든 공립학교 교실에도 이같이 십계명을 전시하도록 하겠다고 말해서 청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트럼프는 하루 전날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서 새 십계명 법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이 날 ‘신앙과 자유연맹’이란 단체의 집회 유세에서도 ” 누구든지 ‘도둑질 하지 말라’ 등 이 귀중한 (십계명) 문건을 읽어본 사람이 있는가? 거기에 더 가까이 가지 않으려 하는 이 세상이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2016년 첫 대선 도전 때에는 두 차례나 이혼경력이 있는 미심쩍은 주간지 스캔들 기사 의 주인공으로 기독교계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그 이후 종교의 자유와 십계명을 들고 나와 기독교계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4차례나 중대 범죄로 유죄 혐의를 받고 있는 현재의 트럼프는 전국적인 낙태금지법 시행에 지지 서명을 하는 등 통상적인 기독계의 여론과는 일치하지 않는 점이 많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오는 11월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박빙 승부를 앞두고 다급해진 그는 기독교도의 지지표 얻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AP는 분석했다.
보수적인 정치 집단에서는 트럼프가 낙태 금지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데 대한 불만도 있지만, 그래도 2022년 낙태 합헌을 뒤집고 금지령을 내린 대법원 판사를 임명한 사람이 바로 트럼프라는 점에서 많은 낙태금지 찬성자들의 응원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트럼프는 22일 연설에서도 이를 거론하면서 “우리는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 문제는 각 주 별로 국민들이 최종 결정을 하기에 달렸다고 선을 그었다.
로대 웨이드 판결의 번복으로 낙태 금지를 실현한 이후로도 트럼프는 이 문제가 공화당에게는 찬반이 엇갈리는 까다로운 의제라면서, 몇 달 동안이나 전국적 낙태금지의 시행에 대한 입장 표명을 미뤄오기도 했다.
지난 해의 ‘신앙과 자유연맹’ 연설회에서도 트럼프는 “연방정부는 태어나지 않은 생명을 보호해야 할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만 언급했을 뿐 그 이상의 자세한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 해 4월에는 그 문제는 결국 각 주정부가 결정하도록 맡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이후에는 자신은 전국적인 낙태금지법에는 서명하지 않을 거라면서, 의회를 통과하더라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도 여성의 낙태용 알약 복용 등에 대한 정확한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 해 AP-NORC 공공 연구센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민의 3분의2 정도는 낙태를 합법화하는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서 22일 기독교도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자기들은 전국적인 낙태 전면 금지를 원하지만, 트럼프는 지금 정도로도 자기들의 깊은 지지를 잃지는 않고 있다고 해석했다.
뉴저지에서 온 78세 여성 노인 제리 디킨슨은 “트럼프의 말을 이해한다. 그의 말은 헌법과 일치하지만, 최종 결정은 결국 각 주 정부가 맡아야 한다”고 동의했다. 지금으로선 주 정부 결정에 맡기는 게 최선책이라는 것이다.
트럼프의 지지 호소에 ‘신앙과 자유연맹’ 단체는 단순히 회원들의 지지 투표 뿐 아니라 앞으로 자원봉사자들과 임금 노동자들을 동원해서 경합지역 주민들 수백 만 명의 집을 가가호호 방문해서 트럼프 지지 선거운동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 날 필라델피아에서도 유세를 벌여 지지자들을 향해 투표를 권유하는 연설을 했다.
이 날 선거운동에는 펜실베이니아주 공화당 상원 의원 입후보자 데이브 매코믹이 함께 연단에 올라 유권자들에게 미국 경제와 이민 문제에 대해 연설하며 트럼프의 선거운동을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