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을 악당으로 묘사한 트럼프 전기 영화 “견습생(The Apprentice)”의 미국 내 상영이 마침내 가능해질 전망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견습생”은 지난달 칸 영화제에서 크게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1970~80년대 부동산 업자로 성공한 트럼프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트럼프 측은 “악의적 명예 훼손”이라고 비난하며 상영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 때문에 할리우드의 영화사들이 몸을 사리면서 미국 내 상영이 이뤄질 수 있을 지가 불투명했다.
그러나 마침내 브라이어클리프 엔터테인먼트사가 배포 계약을 체결했고 9월이나 10월초 미국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배포권 가격은 1600만 달러(약 222억 원)이다. 미 대선일인 11월5일을 앞둔 시점이어서 충분히 관심을 끌 수 있지만 대선인 임박해선 언론의 집중 보도가 가라앉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시점이다.
아직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다. 트럼프 지지자로 영화가 트럼프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해 영화 제작에 500만 달러를 투자한 댄 스나이더 워싱턴 커맨더스 미식축구팀 구단주가 계약 금액이 너무 작다고 반발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영화 제작자들이 스나이더의 지분을 웃돈을 주고 사들이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투자자 스나이더측이 영화 감독 알리 압바시를 상대로 트럼프가 전처를 강간한 것으로 묘사한 대목 등을 삭제하라고 요구했지만 압바시 감독이 거부했다.
지난달 트럼프측이 영화 상영 금지 소송을 내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법원이 유사한 사건에서 언론자유를 이유로 영화 상영을 금지한 선례가 없다.
“견습생”은 캐나다, 유럽,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상영이 확정돼 있다. 올가을 상영이 시작되면 해적판이 나돌게 되므로 미국 내 상영으로 돈을 벌기가 어려워진다.
브라이어클리프 엔터테인먼트사를 소유한 톰 오텐버그(63)는 사회적 이슈가 되는 영화들을 배포하면서 큰돈을 번 전력이 여러 번이다. 매번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큰 성공을 거뒀다.
2004년 마이클 무어 감독이 조지 부시 대통령 정부 및 2001년 9.11 테러를 소재로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화씨 9/11(Fahrenheit 9/11)”을 디즈니사가 배포하길 거부한 뒤 오텐버그가 낚아챘다.
보수주의자들이 장악하고 있는 극장 체인들이 상영을 거부하자 오텐버그는 “극장 체인들이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고 공격했다. “화씨 9/11”은 전 세계 티켓 판매액이 현재 가치로 3억6800만 달러(약 5101억 원)에 달해 다큐멘터리 영화 사상 최고 매출을 올렸다. 제작비는 1000만 달러 미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