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한때 전 세계 주식시장이 폭락했는데, 실제 선진국 각국의 경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란 우려는 지나친 것이라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7일(현지시각) 분석했다.
먼저 최근 시장 패닉의 시발점 중 하나인 미국 실업률 상승의 경우를 보면, 이는 미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나타나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해 4월 최저치인 3.4%에서 올해 7월 4.3%로 상승했는데, 그 속도가 조금 다를 뿐 다른 선진국들에서도 실업률은 서서히 상승하고 있다. 한때 2.9%의 최저치를 기록했던 독일의 분기 실업률은 최근 3.4%까지 올랐고, 영국의 분기 실업률도 2022년 3.6%에서 최근 4.4%까지 상승했다. 호주도 실업률이 지난해 6월 3.5%에서 올해 6월 4.1%로 올랐다.
이런 실업률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타이트해졌던 노동시장이 최근 완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높은 시장 수요와 노동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고용주들이 현재는 노동력을 충분히 확보해 안정을 찾았다는 것이다.
또 선진국 경제의 노동시장은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실업률은 부분적으로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취업가능연령 경제활동참가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아울러 선진국들의 일자리 증가세는 여전히 견고하다. 지난 분기 호주에서는 0.8%, 캐나다에서는 0.6% 고용률이 증가한 바 있다.
생산 측면에서의 데이터를 살펴봐도 경기침체의 증거는 많지 않다. 일반적으로 경기침체기에 기업들은 수익이 급감하지만 현재 선진국 기업들은 사업을 잘 영위해 나가고 있다.
도이치뱅크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기업들의 수익 성장률은 7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실적 호조는 2분기에도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기업들의 2분기 수익도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외에 유럽 기업들도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의 2분기 실적도 예상보다 좋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경제 전반과 관련한 지표를 봐도 경기침체 조짐이 보이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골드만삭스가 산출하는 CAI(Current Activity Indicator)는 지난해 대부분의 기간보다 약간 더 강세를 보이고 있다. CAI는 선진국 국내총생산(GDP)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다.
인플레이션 상황도 개선되고 있다. OECD 국가의 평균 인플레이션은 2022년 말 10%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현재 OECD 국가의 약 4분의1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 이하로 낮췄다. 이탈리아의 연간 인플레이션은 1% 미만이며, 프랑스와 독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거의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큰 경제적 피해 없이 인플레이션을 목표치까지 낮추는 연착륙에 성공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