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 테이레시아스는 길에서 짝짓기 하는 뱀 암컷을 막대로 쳤다가 저주를 받아 여자가 됐는데 7년 후 이번에는 수컷 뱀을 때려 다시 남자로 됐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성전환자 이야기다. 그런가 하면 아예 남과 여의 성을 한몸에 갖고 나온 경우도 있다.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 사이에서 태어난 헤르마프로디토스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애매한 오늘날 의학에서 말하는 간성(間性: intersex)이다.
헌데 이런 이야기가 신화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동서고금 존재해 왔다. 조선 6대 세조에게 사헌부에서 보고가 올라왔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수 없는 ‘사방지(舍方知)’란 인물의 행적이 괴이하여 잡아놨는데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묻는 내용이었다.
이에 세조가 알아보게 한 바, 사방지는 사대부의 딸인 과부의 종이었는데 남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겉모습은 여자였다. 조사관들은 이를 두고 ‘이의(二儀: 오늘날 말로 ‘양성’)의 사람’이라고 결론 지었다.
게다가 사방지는 상전인 과부 외에도 여러 여성들과 동침했다는 추문도 있었지만 세조는 타당한 증거가 없고 ‘사방지는 어릴 때부터 여자로 살았다. 처벌은 불가하다’면서 별다른 처벌없이 방면하게 했다. 하지만 유림의 거듭되는 압박에 세조는 결국 사방지를 변방에 내쫓아 세상에서 격리하라 명했다.
아무튼 성전환이나 간성 같은 성 정체성이 종교적으로나 사회 윤리적으로만 논란을 빚는 것은 아니다. 신체 능력으로 겨루는 스포츠에서도 종종 불거지던 문제가 지금 파리 올림픽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거다.
XY남자 염색체를 가진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와 대만의 린위팅이 여자 복싱에 각각 출전해 메달까지 획득하자 논란이 커지고 있는 거다. 칼리프의 상대 여자선수는1회초 46초만에 코뼈가 부러지고 기권패했다.
그러자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 한 선수 상당수는 남자의 신체 능력을 잃지 않는데도 애매한 성 정체성을 이용해 싸우기 쉬운 여자 대회에 나간다며 ‘여성에 대한 남성 폭력’ 이라는 비판이 일고있다.
이러한 문제는 성염색체가 XY(남성)임에도 여자의 몸을 가졌거나, XX(여성)이면서 남성을 가진 경우 등 때문이다. 말하자면 사방지는 후자에 속하고 칼리프와 린위팅은 전자인 경우인 셈이다.
헌데 칼리프와 린위팅은 여자로 태어나서 여자로 자랐다고 한다. 이는 그들의 고국이 공인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인정했음으로 당사자들에게는 성인이 되서 성을 전환한 것도 아닌 터에 지금 같은 비난에 억울할 것이다.
스포츠사(史)는 젠더투쟁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여성은 종종 스포츠 종목에서 배척됐고 같은 종목에서도 상금 등에서 받은 여러 차별을 극복하고 더 나아가 남녀 성대결에도 도전해 1973년 테니스에서 남성을 꺾고 승리한 빌리진 킹을 비롯해 수많은 용기있는 여성들의 도전으로 스포츠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했다.
하지만 이전의 사회통념상 남녀 성적(性的) 문제를 넘어 성전환에서 빚어지는 논란은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한 예로 동성간에서도 인체를 구성하는 근육들의 성분이 인종별에 따라 조금씩 달라 기능에서 그 차이를 보이는 만큼, 남녀 이성간에서는 물론 성전환을 했던 태생적인 간성이던 남녀 호르몬, 근육, 지방 특히 염색체에 따른 생물학적인 우열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어쨋거나 스포츠의 핵심은 공정한 대결이다. 허니 사회적으로 이미 젠더2분법에서 벗어나고 있는 터에 스포츠에서도 좀더 합리적이고 타당성있는 새로운 구분에 고심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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