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창업자가 프랑스에서 구금되면서 암호 화폐 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두로프는 자금세탁과 아동 성착취 영상 유포 등 텔레그램에서 활개를 치는 각종 범죄행위들을 방치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24일 두로프가 구금되자마자 암호화폐회사 테더의 CEO가 “크게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이용자들이 두로프의 석방을 촉구하는 해시태그(#FreeDurov)를 올리기 시작했다. 두로프 구금을 언론자유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하는 투자자들도 있었다.
한 암호화폐 이용자는 “텔레그램 없이는 단 하루도 지낼 수 없다”고 썼다.
수조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업계 대부분이 두로프를 지지하고 나섰다. 텔레그램이 암호화폐 기업인, 벤처 투자자들의 기본적인 소통수단이기 때문이다.
텔레그램은 암호화폐회사들이 대규모 거래를 체결하는 수단이자 마케팅 수단이며 위기관리 수단이다. 텔레그램과 연계된 코인인 그램스(Grams)는 15대 코인 중 하나다.
텔레그램 이용자는 전 세계적으로 9억 명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인도 등지에서 인기를 끌며 독립 언론 역할을 해왔다. 또 독재 국가에서 정부 감시를 벗어나 소통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소통 수단이 돼 왔다.
텔레그램과 암호 화폐는 정부 감독을 싫어한다는 점에서 태생적인 유사성이 있다. 텔레그램은 2018년 그램스 코인을 발행했다가 미 증권감독원(SEC)의 제재를 받아 2년 뒤 1850만 달러의 벌금을 냈었다. 그런데도 현재 그램스 코인의 변형 코인들이 대거 유통되고 있다.
텔레그램은 현재 톤코인이라는 암호 화폐를 지불 수단으로 인정한다. 민간 독립 단체인 오픈 네트워크 재단이 감독하는 암호 화폐다. 톤코인은 현재 전체 유통규모가 130억 달러(약 17조2926억 원)에 달한다.
지난 5월 벤처투자사인 판테라 캐피털이 텔레그램이 “암호화폐의 정수를 구현하고 있다”면서 톤코인에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한다고 발표했었다. 두포프가 체포된 뒤 톤코인의 가치가 20% 가량 떨어졌다.
암호 화폐 업계에서 텔레그램은 수백, 수천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단 대화방으로 사용된다. 암호 화폐 회사들은 이를 통해 새 코인 발매를 발표하고 이용자들의 불만을 접수한다.
대규모 거래는 물론 일상적 소통 수단까지 기존 산업에서는 주로 이메일과 전화로 이뤄지는 소통이 암호 화폐 업계에서는 텔레그램을 통해 이뤄진다.
파산한 암호 화폐 회사 FTX 재판에서 나온 일화다. FTX CEO캐롤린 엘리슨이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텔레그램에서 대출금 상환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히자 검사가 “텔레그램이 뭐지요?”라고 물었다.
앨리슨이 “텔레그램은 암호 화폐 회사들이 널리 사용하는 메시징 앱”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