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무소속 후보로 나섰던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이하 케네디)가 파트너가 되어 함께 유세를 하고 있다.
케네디의 동생들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은 아버지 로버트 케네디와 민주당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며 지지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아일랜드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이민자에 대해 관용적이었던 케네디가의 전통적 가치관 하나만으로도 트럼프의 정책 기조와는 전혀 반대다.
뉴욕타임즈(NYT)는 2일 ‘가능할 것 같지 않은’ 트럼프와 케네디의 파트너십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비화를 소개했다.
무소속 후보였던 케네디는 후보 사퇴 이전 5% 가량의 지지율을 보여 대선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없지 않았다.
트럼프측이 먼저 아버지와 삼촌 암살 사건까지 꺼내며 제안
지난 7월 13일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중 암살 사건이 발생한 지 3시간 가량 지난 뒤 케네디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만성질환 정책에 대해 케네디에게 조언했던 건강관리 기업가 캘리 민스였다. 그는 트럼프와 러닝 메이트로 뛰어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민스는 트럼프가 케네디의 아버지와 삼촌(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겪었던 것과 같은 운명을 간신히 모면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케네디는 부통령직에 관심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얼마 후 케네디가 전화를 걸어 트럼프와 얘기해 보겠다고 말했다.
케네디 캠프 내에서는 트럼프와의 통화로 케네디가 무소속 후보로 뛰면서 내걸었던 문제들에 대한 권한을 받을 수 있을지, 캠프나 케네디 가족이 분열되지는 않을지 많은 계산과 고민이 제기됐다.
반면 트럼프는 케네디를 러닝메이트로 추가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민스의 노력은 케네디를 끌어들여 트럼프의 표를 빼앗는 것을 막을 기회를 가져왔다.
그 뒤 케네디가 선거 운동을 중단하고 트럼프를 지지하기까지 6주 동안 비밀스러운 논의, 당혹스런 실수, 비밀 회의, 개인적인 의구심 등이 뒤섞인 막후 활동이 진행됐다.
트럼프-케네디, 현대 정치의 기괴한 조합
NYT는 트럼프-케네디 연합은 엄청난 자존심과 예측 불가능성을 지닌 두 남자를 하나로 모았다는 점에서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기괴한 것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유세 중 서로를 공개 폄하했던 두 사람은 이제 서로를 포용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을 시작했다.
신문은 이들의 파트너십 구축을 파악하는데 직접 참가한 사람 등 20명 이상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하고 이는 공개 인터뷰와 성명으로 뒷받침됐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연합 노력은 수 개월 혹은 1년 이상 진행됐으며 트럼프의 수석 고문 수지 와일스와 케네디의 캠페인 매니저이자 며느리인 아마릴리스 폭스가 중재자로 나섰다.
정치 평론가인 터커 칼슨과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역할을 했다. 케네디와 트럼프를 모두 지지한 사업가이자 정치 기부자인 오미드 말릭도 긴밀히 참여했다.
2023년 한해 케네디의 캠페인 매니저를 맡았던 오하이오주 전 의원 데니스 쿠시니치는 민주당은 케네디를 밀어냈지만 트럼프는 그를 받아들인 것을 관찰했다.
7월 전화 통화 중 트럼프는 케네디에게 자신의 진영에 합류하도록 설득했다. 트럼프는 케네디 에게 “당신에게 매우 좋고 매우 큰 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7월 13일 민스가 케네디와 전화를 끊었을 때 그는 칼슨에게 연락했다. 총격 사건 직후의 그 순간은 트럼프와 케네디를 연결하고 가능한 지지를 촉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처럼 보였다.
칼슨도 그 아이디어를 좋아했다. 케네디는 그의 친구였고 케네디는 수개월 동안 트럼프팀에 골치 아픈 일을 안겨주었다.
트럼프가 케네디를 원한 이유
트럼프 캠페인의 내부 여론 조사에 따르면 케네디는 트럼프에게 더 위협이 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케네디가 경쟁에서 밀려나 스스로 후보를 사퇴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케네디는 이단적 정치적 견해, 음모적 수사법, 그리고 건강과 의학에 대한 여러 아이디어 등이 청중에게 어필해 트럼프에게 필요한 것이기도 했다.
트럼프는 4월 케네디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하는 것을 고려하면서 ‘트럼프-케네디’라는 이름이 마음에 든다고도 했다. 트럼프 캠프는 심지어 두 사람에 대한 여론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케네디가 후보자로 계속 남아있자 트럼프측에서는 케네디에 부정적인 광고를 내보낼 준비도 했다.
그러던 중 트럼프의 암살 사건이 발생했고 칼슨은 케네디를 트럼프와 3자 문자 메시지로 연결했다. 트럼프와 케네디는 거의 30분 동안 전화 통화를 했다.
그후 트럼프가 “당신이 뭔가를 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이길 것이다”라는 말이 나왔다.
케네디 캠프측의 계산
연합을 고려한 것은 수개월 동안 케네디 캠프에서도 있었다.
케네디의 커뮤니케이션 전략가로 일했던 링크 로렌은 1월 몇몇 고위 보좌진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트럼프-케네디 티켓은 부패한 미디어 대기업이 히스테리에 빠지게 만들 것이며, 11월의 승리를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네디의 측근과 가족 일부는 경계심을 가졌다.
케네디의 아내이자 배우인 셰릴 하인즈는 평생 민주당원으로 과거 트럼프를 비판했다. 트럼프를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케네디도 트럼프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처리하는 방식을 비난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케네디의 고문들은 그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무엇을 할 지, 또는 할 수 있을지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에서는 케네디와의 파트너십에 관심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케네디는 트럼프로 기울었다.
트럼프에 대한 암살 시도 이틀 후 트럼프는 밀워키에서 케네디를 만났다. 케네디는 복지부 장관이나 공중 보건 분야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맡고 싶어했다.
NYT는 적어도 하나의 요청은 서면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로 인해 트럼프 팀은 상호이익의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했다고 합니다.
우여곡절…바이든 사퇴가 큰 변수
둘이 만난 다음날 케네디 주니어가 X가 두 사람의 전화통화를 담은 영상을 올리자 트럼프측은 케네디를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보았다.
케네디는 재빨리 사과했지만 두 진영 사이의 소통은 차가워졌다.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 트럼프는 적이 없는 느낌이었고, 케네디도 평소처럼 유세로 돌아갔다.
하지만 바이든이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8월 12일 케네디와 트럼프는 플로리다 마라라고에서 다시 만났다.
8월 말 케네디는 자신의 선거 운동을 중단하고 애리조나에서 열린 트럼프의 집회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