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장거리 미사일을 러시아 본토 내부 공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 범위 제한을 완화할 가능성을 놓고 막바지 논의를 하고 있다고 폴리티코가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복수의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백악관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기부한 무기를 사용하는 방법과 관련해 일부 제한을 완화하고 러시아 미사일로부터 자국을 더 잘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회담은 백악관 내부 소수 관료 사이에서만 긴밀하게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미국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방위력 향상과 전술 능력 향상을 위해 러시아 심부까지 서방 미사일을 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에 최종적으로 동의할 준비가 돼 있을지 모른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 계획 세부 사항은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논평을 거부했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연방정부에 우크라이나 심부 타격과 관련해 결정을 내리라는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같은 날 벤 카딘 미국 상원의원(민주·메릴랜드)은 “이미 결정이 내려졌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 개별국가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안에서 무기를 사용하도록 일방적으로 허용하기로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공여국 연합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강력한 우려가 있는 곳에서 행동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카딘 의원은 “연방정부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독일을 포함한 일부 동맹국이 가진 움직임과 관련한 거부감을 극복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라며 “그것은 연합에서 완화되고 있다. 우리가 제공하는 무기를 사용하는 데 반대하는 러시아 내부 인사조차도 견해가 약간 누그러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최근 미국, 영국, 우크라이나 관료는 미국산 육군 지대지 전술탄도미사일체계 에이태큼스(ATACMS)나 영국산 스톰 섀도 등으로 타격할 수 있는 러시아 내부 지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 미국산 미사일을 이용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장거리 타격을 허용할 가능성과 관련해 “우리는 지금 당장 그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언급했다.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지난달 30일 미국을 방문해 미국 측에 러시아 심부 타격이 허용되면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는 전략적 공격 목표 목록을 제공했다.
전까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서방 전역으로 확산할 것을 우려해 강경한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급격하게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가디언은 영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영국 정부가 스톰 섀도 미사일을 장거리 타격에 사용하도록 허용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더타임스는 영국 정부 소식통이 미국이 몇 주 안에 사용 범위 제한을 완화할 수 있다고 전파했다.
무기 사용 용도 제한 해제 문제는 지난 5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기해 몇 달 동안 EU 의제로 올라와 있다.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폴란드, 발트해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일부 회원국이 요청을 승인했지만 보편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아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이 제공한 스톰 섀도의 러시아 심부 타격과 관련해 영국과 프랑스는 동의하는 방향으로 기운 반면 미국, 독일, 이탈리아 등은 확전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전차와 순항미사일 공급 때와 같이 영국과 프랑스가 앞장서면 결국 미국도 따라오리라고 전망했다. 결국 서방의 허용 결정은 시간과 문제이지 가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우크라이나가 서방에서 받아온 미사일로 러시아 내부를 공격하는 일이 발생하게 될 것으로 점친 것이다.
현재까지 미국 등 서방 국가는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를 지원하면서도 그 사용 범위를 우크라이나 국경 안이나 국경 일대 일부 지역으로 제한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지 못하도록 본토 안 깊숙한 원점을 타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서방에서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가 대규모 공격에 나서지 못하도록 발사 지점, 공군기지, 물류거점, 지휘 통제소, 병력 집결소 등 주요 시설을 무력화하겠다는 발상이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 뒤 장거리 타격 허용 가능성을 열어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오는 13일 해당 사안을 논의한 뒤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가 같은 요구를 거듭하는 데다 이란이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을 공급하면서 서방이 제한을 해제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최근 러시아가 이란제 탄도미사일을 전달받은 증거가 드러나는 동시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력 시설을 향한 공격을 이어가면서 공습 피해가 불어나고 있는 것도 미국과 영국 정상이 나누는 대화에서 고려 사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