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선 승리를 위해 던진 의원직 사퇴안이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가운데 이 전대표의 의원직 사퇴 승부수 이후 지지율이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범진보권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지난 10~11일, 만 18세 이상 1004명 대상)에서 이 지사가 전주보다 1.1%포인트 떨어진 28.7%를, 이 전 대표는 전주보다 7.1%포인트 급등한 25.1%를 기록했다.
여론조사업체 PNR이 같은 기간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 지사 29.8%, 이 전 대표 26.6%로 나타났다. (인용된 여론조사들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이 전 대표가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뒤 반전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호남에서 유의미한 득표율이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전 대표는 경선 1차 슈퍼위크까지 합산 결과, 32.46%를 기록하며 첫 주말 득표율인 28.19%보다 상승해 30%대에 진입했다. 이 지사와의 격차도 26.53포인트에서 21.24%포인트로 좁혀졌다.
캠프는 이 전 대표가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자 고무된 분위기다.
이 전 대표는 남은 10여일 동안 ‘호남 올인’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본회의 참석에 앞서 캠프 의원단이 전북 전주에서 현장캠프 회의를 열었고, 추석에도 호남 지역 민심 다지기를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사퇴한 정세균 전 총리의 표심을 흡수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정 전 총리는 같은 호남 출신이자 의정활동, 국무총리 경력을 공유하고 있어 지지층이 겹친다는 관측이 많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전북 현장회의에서 “정 총리는 25년 전 국회의원 지망생과 취재기자로서 만났던 것이 저와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그 25년 동안 늘 가깝지만 어려운 선배로 모셔왔다”며 인연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의원직 사퇴안 통과로 이 전 대표의 21대 국회 의정 활동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최장수 국무총리로 유력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뒤 지난해 4·15 총선에서 정치 1번지 서울 종로 지역구를 거머쥔 지 1년5개월 만이다.
이 전 대표도 이를 의식한듯 “저는 1971년 대통령선거에 첫 도전하신 김대중 후보의 연설장을 쫓아다니며 제 남루한 청춘을 보냈다. 그때 막연하게 꿈꾸던 정치 또는 정치인을 얼마나 구현했는지 자신이 없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럼에도 저는 의회민주주의를 향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며 “이 의사당이 미움을 겪다가 사랑을 확인하고 절망을 넘어 희망을 찾아가는 전당이라고 믿는다. 그 일을 의원 여러분께 부탁드리며 떠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나이나 경력으로 볼 때 이번 경선을 20여년 정치 인생의 종점으로 삼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보여준 것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8일 정치적 텃밭인 호남을 찾아 의원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민주당 지역 순회경선 첫 무대인 충남(4~5일)에서 참패를 당한 뒤 나온 배수진이었다.
이 전 대표는 당시 “정권 재창출을 이룸으로써 민주주의와 민주당, 대한민국과 호남, 서울 종로에 제가 진 빚을 갚겠다”며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도덕적이지 않아도 좋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가”라고 말했다.
민주당 후보로 이 지사는 부적절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정권 교체를 향한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지사가 ‘지사 찬스’ 비판에도 현직을 유지하는 것과 대비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이 전 대표는 캠프의 만류에도 본인의 강력한 의지로 사퇴를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 당일 국회에 사퇴서를 제출하고 다음날 국회 의원회관 방을 정리하는 등 보여주기식 선언이 아니라 진정성있는 행동임을 강조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원팀 경선을 해칠 수 있다”며 사퇴안 철회를 요구했지만, 이 전 대표가 송영길 대표와 박병석 국회의장을 만나 거듭 의지를 전하자 사의를 수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표는 남은 경선의 판도를 바꿀 승부처인 호남 순회경선(25~26일)에서 역전 모멘텀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정치적 모태인 호남 지역에는 권리당원·대의원의 30%가 몰려있다.
이 지사가 앞선 네 차례 순회경선과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했지만, 20만명에 달하는 호남 당심을 사로잡으면 ‘이재명 대세론’이 흔들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관련기사 (1보) ‘배수의 진’ 이낙연, 의원직 사퇴..DJ 참배 후 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