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단체가 스페인의 세계적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그림에 테러를 저질렀다.
9일(현지시간) ‘이브닝 스탠다드’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사건은 이날 오전 런던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에서 발생했다.
소셜미디어(SNS)에 공유된 영상을 보면, 전시된 피카소의 그림 ‘모정(Motherhood)’에 다가간 남녀가 그림 위에 사진을 붙였다. 해당 사진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촬영된 것으로 부상당한 아이와 자식을 안고 울부짖는 어머니의 모습이 찍혔다.
남성은 곧바로 직원들에게 제압돼 끌려나갔다. 남성은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고 외치며 영국 정부가 이스라엘의 학살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동료인 여성은 주저앉아서 바닥에 빨간색 페인트를 뿌렸다.
이들이 소속된 단체인 ‘청년의 요구(Youth Demand)’도 SNS에 영상을 올리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영국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함께 게시했다. 앞서 이 단체는 지난달 리버풀에서 열린 노동당 회의장의 창문에 ‘학살 회의’라는 문구를 적기도 했다.
테러를 저지른 단체 회원 2명은 출동한 경찰에 연행돼 구금됐다. 미술관 측은 사건이 일어난 후 한동안 전시실을 폐쇄했지만, 다행히 액자에 담긴 그림은 손상을 입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 영국에선 지난 3월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 칼리지에 걸려있는 아서 제임스 밸푸어(Arthur James Balfour, 1848∼1930) 전 영국 총리의 초상화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훼손하는 사건도 있었다. 밸푸어는 영국이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국가를 세우는 것을 돕겠다고 약속한 ‘밸푸어 선언’의 당사자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불씨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외에도 최근 세계 각국에선 환경운동 단체 등 여러 단체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미술작품에 테러를 하는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는 환경운동가들이 수프를 뿌리는 등 수차례 봉변을 겪은 바 있다. 또 이번 사건이 벌어진 런던 국립미술관에 소장된 고흐의 ‘해바라기’도 환경운동가들의 수프 테러를 당했었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이런 공격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사건의 영상을 본 한 누리꾼은 “미술품을 파괴하면 대중이 자신들의 주장에 공감할 것이라고 믿나?”란 댓글을 남겼고, 다른 누리꾼은 “왜 팔레스타인 현장엔 가지 않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딱 걸렸다 500년된 동상 훼손 정신 나간 관광객(영상)
관련기사 [김학천 타임스케치]정치적 올바름… 말로만 하는 면죄부 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