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주요 빅테크들의 주문을 휩쓸면서 몸값이 치솟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370조3000억원)를 넘기며 엔비디아에 이어 반도체 기업 중 두 번째로 ‘1조 클럽’에 올랐다. 압도적인 슈퍼을로 독주하고 있는 굳히고 있는 TSMC의 현재와 미래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파운드리 독주…2위 삼성과 50% 이상 격차
TSMC는 올 3분기 순이익으로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3253억 대만달러(13조8000억원)을 달성했다. C.C.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AI 수요는 진짜고, 향후 수년 동안 이는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TSMC의 자신감은 각종 숫자에서도 드러난다. 올 2분기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보면 TSMC는 62.3%로 2위 삼성전자 11.5%와 50% 이상 차이를 보였으며, 이 격차는 계속 벌어지는 중이다.
AI반도체 시장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엔비디아조차 TSMC 앞에서는 한 수 접는다는 평이다.
최근 엔비디아 최첨단 제품 ‘블랙웰’ 제품 결함을 둘러싸고 TSMC와 엔비디아의 갈등설이 불거지자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직접 나서 “블랙웰에 설계 결함이 있었고, 이는 100% 엔비디아 잘못”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황 CEO는 “기능은 좋았지만 설계 결함으로 인해 수율이 낮았다”며 “TSMC의 도움으로 수율 난항에서 회복하고 놀라운 속도로 블랙웰 생산을 재개할 수 있었다”고 TSMC를 치켜세웠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경쟁 중인 삼성전자와 인텔조차 TSMC에 구애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 납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 돌파를 위해 TSMC와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올 3분기 실적 발표 후 가진 콘퍼런스콜(전화회의)을 통해 “복수 고객사들과 커스텀(맞춤형) HBM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커스텀 HBM은 고객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해 베이스 다이 제조와 관련된 파운드리 파트너 선정은 고객 요구를 우선으로 내외부 관계없이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HBM3E(5세대) 시장에서 SK하이닉스 등 경쟁업체에 밀렸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전자는 6세대 제품인 HBM4 개발 및 양산에 사활을 걸고 있다.
HBM4부터는 베이스 다이에 고객의 요구에 맞춘 기능을 넣기 위한 공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부터 파운드리 공정이 매우 중요해진다. 당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자사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번 발표로 TSMC와 손잡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파운드리 사업 부진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텔도 차세대 미세 공정 반도체 물량 확보를 위해 TSMC 의존도가 더 커지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조만간 대만을 방문해 TSMC 경영진과 회동하고 사업 협력을 위한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TSMC의 입지는 ‘3㎚(나노미터·10억분의 1m)대 시대’로 진입하며 더욱 강화되고 있다. 현재 TSMC는 3~5나노 초미세 공정과 차세대 패키징 기술인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등 첨단 기술을 사실상 독점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세 공정 반도체 공급 역량, 수율 등 여러 측면에서 TSMC의 우위가 강화되고 있다”며 “삼성전자, 인텔 등 경쟁사들이 TSMC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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