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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5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최후 진술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주목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최종 변론기일에 출석해 최후 진술을 직접 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대국민 호소를 통한 유리한 여론 형성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임기 단축 개헌 같은 카드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탄핵심판의 쟁점은 12·3 비상계엄 선포 행위, 계엄포고령 1호 발표 행위, 군·경찰 국회 출동, 정치인 체포 지시 여부 등이다. 구체적으로 쟁점 하나하나마다 국회 탄핵소추단 측 주장을 법리적으로 반박하는 역할은 대리인단의 종합변론에 맡기고 윤 대통령 자신은 헌재의 선고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될 수 있는 ‘여론전’에 전력을 쏟지 않겠냐는 관측이 여권 안팎에서 제기된다.
윤 대통령이 헌법·법률을 위반했는지, 위반했다면 탄핵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사안인지가 탄핵소추 인용·기각 여부를 가를 판단기준이 될 전망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재판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헌법재판소법 제4조)’는 규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헌재 재판관들이 탄핵 사유가 된다, 안 된다를 고민할 때, 즉 탄핵 인용과 기각 중 어느 쪽이 국가와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가를 양심에 따라 판단하고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헌재 재판관의 판단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 중 하나가 ‘민심’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탄핵반대 집회 참가자 수가 늘어나고 대통령 탄핵에 부정적인 여론이 증가하는 추세가 지속될 경우 이러한 민심이 재판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탄핵 찬성 여론이 증가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재판관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실제 윤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는 헌재 재판관들이 여론을 의식해 기존 입장을 번복하는 경우가 있었다. 헌재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 관련 변론을 재개한 것이 그런 경우다. 헌재는 마 후보의 임명을 보류한 것에 대해 국회가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 사건의 변론을 한 차례만 진행한 뒤 결정을 선고하려 했다가 불과 선고 몇 시간 전에 추가 변론을 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이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 대리인단 측 윤갑근 변호사는 “뒤늦게 절차적 하자가 문제돼 헌재가 선고 기일을 지정했다가 이를 취소하고 변론을 재개하는 촌극을 연출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를 최우선에 두고 다른 탄핵심판 사건의 변론일정을 늦춰 ‘늑장 재판’ 논란이 일자 헌재가 한덕수 국무총리, 박성재 법무부 장관 등의 탄핵심판 심리에 속도를 낸 것도 여론을 의식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윤 대통령이 탄핵 기각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후 진술에서 어떻게 여론전을 할 것인지 관심을 모은다.
윤 대통령은 최종 의견진술에서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사회적인 혼란과 갈등을 초래한 데 대해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몸을 낮추되, 야당의 ‘줄탄핵’으로 인한 국정 차질 등 계엄 선포의 배경과 이유를 설명하면서 정당성을 호소하는 읍소 전략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에서는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는 것이 국민의 이익과 국가의 안정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거를 윤 대통령이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탄핵 기각 후 직무복귀할 경우 어떻게 국정운영을 할 것인가를 설파하고, 2차 계엄 우려를 불식시키고 다시 국정 안정을 회복하기 위한 구상을 내놓는 것이 국민들에게도 긍정적인 메시지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윤 대통령이 최후진술에서 탄핵 기각 시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 추진 의사를 피력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주변에 자신은 임기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을 약속함으로써 탄핵반대 여론을 확산시키는 전략에 나서지 않겠냐는 것이다.
반면 윤 대통령이 개헌 등을 말하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기류도 없지 않다.
윤 대통령측 대리인은 ‘임기단축 개헌 검토’에 대해 “누군가 자신이 생각하는 하나의 방안을 이야기한 것으로 대통령의 뜻과는 다르다”며 “탄핵을 면하기 위해 조건부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은 대통령의 방식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드린다”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 대리인 측은 지난 20일 국민변호인단 집회에서 “빨리 직무에 복귀해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가겠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전달한 뒤 논란이 일자 “윤 대통령의 직접 메시지가 아니다”라고 서둘러 정정한 바 있다.
여권 관계자는 24일 “탄핵 반대 여론이 50%까지 육박하면 헌재가 쉽게 인용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힐것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