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부가 대미 관세를 0%로 낮춰도 상호 관세를 철회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무역 적자를 해소할 방법을 내놔야 비로소 협상하겠다는 것인데, 단기간 협상 타결 가능성에도 선 그어 관세 충격 장기화 우려가 커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 유럽연합, 많은 나라들과 막대한 재정 적자를 안고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관세”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는 현재 미국에 수십억 달러를 가져다주고 있으며, 보기에도 아주 좋다”며 “언젠가 사람들이 관세가 매우 아름다운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전용기에서 가진 약식 기자회견에서도 “그들이 그 문제(미국의 무역 적자)를 논하고자 한다면 난 대화에 열려 있다”며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내가 왜 대화를 원하겠냐”고 말했다.
각국이 관세 철회나 인하를 위해 대화를 요청하고 있지만, 무역 적자 해결책을 가져오지 않으면 협상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도 이날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모든 국가가 우릴 속여왔다는 걸 알고 있다. 이제 끝낼 날이 왔다”고 강하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멕시코·캐나다 등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뒤 협상 끝에 유예했었는데, 이번 상호 관세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상호 관세 부과 연기를 고려하는지 질문에 “연기는 없다. 며칠 또는 몇 주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무역을 재편하려 한다”며 “농담이 아니다. 관세 (발효)가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럼 베트남 총서기는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해 대미 관세를 0%로 낮추겠다며, 미국도 상호적으로 관세를 낮추길 희망한다고 타진했다.
“무관세 해도 안 내린다”…美행정부 ‘초강수’에 협상 난망 우려[트럼프 관세]
관세 정책 설계자로 알려진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 고문은 미국에 대한 무관세는 협상에 고려되지 않는다고 선 그었다.
나바로 고문은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 모닝 퓨처스’에 출연해 베트남이 대미 관세를 0%로 낮춰도 상호 관세가 유지되는지 질문에 “물론이다”라며 “이건 협상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관세보다 소위 ‘비관세적 부정행위’가 문제라며 “우리와 얘기하고 싶다면 관세를 낮추겠다고 하지 말고 비관세적 부정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 예로 통화 조작, 덤핑, 각종 규제 등을 언급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NBC ‘밋 더 프레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 관련 협상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며칠이나 몇 주 안에 협상할 수 있는 종류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한의 지렛대를 만들었고, 50여개국이 비관세 무역 장벽과 관세를 낮추고 환율 조작을 중단하기 위해 행정부에 접근했다”면서 협상 중요성에 무게를 뒀다.
그러면서 “각국이 무엇을 제공하는지, 그것이 믿을만한지 다시 한번 봐야 할 것 같다”며 “수십년 동안 나쁜 행동을 해온 만큼 모든 걸 깨끗하게 지울 순 없다. 앞으로 나아갈 길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1호 친구’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일론 머스크는 관세 정책 공개 비판에 나섰다.
머스크는 지난 5일 이탈리아 극우 정당 레가 회의에서 화상 연설에 나서 “유럽과 미국이 모두 무관세로 나아가 양자 간 자유무역지대를 만드는 게 이상적”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엑스(X, 옛 트위터)에선 나바로 고문의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이력을 꼬집으며 “머리(brains)보다 자아(ego)가 더 커졌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관세 발표 이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뉴욕증시는 이틀 연속 폭락했다. 주말 미국 전역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같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 소재 자신의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라운딩을 즐기는 영상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