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유럽 내 반미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에 대한 관광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가 지난 4~7일 영국인 성인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1%는 미국이 초강대국으로서 영향력을 선의의 목적이 아닌 나쁜 의도로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는 1년 전 실시한 동일 기관 조사와 비교해 16%포인트 오른 것이다.
또 영국과 미국이 ‘특별 관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40%로 지난해 조사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양국이 특수 관계라고 답한 응답자는 30%에 그쳤다.
입소스의 여론조사 책임 연구원 기디언 스키너는 “명백한 변화가 있었다”며 “다수는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미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키너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미국 대통령 위상뿐만 아니라 미국의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EU에 20%, 영국에 10%의 상호 관세를 부과했다.
독일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감지됐다.
여론조사기관 도이칠란트트렌드가 지난 2월 26일 독일인 13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응답한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반면 ‘트럼프 관세 정책이 자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70%에 달했다.
독일 외교관계위원회 산하 지경학연구소 소장인 클라우디아 슈무커는 “우리는 항상 파트너로서 미국에 의존할 수 있다고 여겨 왔다”며 “특히 2차 세계 대전 이후 성장한 기성세대는 큰 상실감을 느낀다. 그들은 미국이 유럽에 등을 돌릴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브랜드 전문 컨설턴트인 제임스 커컴은 “미국이 이미지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인 등 유럽인들은 미국을 자유의 등불이자 신뢰할 수 있는 동맹으로 인식해 왔지만, 이들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이민자 추방, 미 입국이 차단된 학자들의 이야기에 동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 대한 인식 변화는 미국 관광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
관광 분석기관 투어리즘 이코노믹스 분석에 따르면 올해 해외 관광객이 13% 감소해 미국 관광업은 220억 달러(약 32조 5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 런던에서 작가로 활동 중인 클라크는 트럼프 임기가 끝날 때까지 계획했던 미국 테네시 여행을 미룰 계획이라고 말했다.
클라크는 “우리는 트럼프와 미국 국민의 차이를 알고 있다”며 “그에게 투표했던 많은 미국인이 상처를 겪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