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의 유력 후보로 꼽혔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정식을 하루 앞둔 12일 불출마를 전격 선언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오 시장이 윤석열 정부 실패의 책임과 보수진영의 환골탈태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당내에서는 최근 급부상한 ‘한덕수 차출론’ 등이 영향을 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백의종군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국민의힘에서 중도 확장성과 안정적인 행정 능력, 높은 수도권 인지도를 가진 대선 주자로 주목 받았다.
오 시장이 비상계엄 이후 처음 국회를 찾아 지난 2월 12일 개최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는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필두로 국민의힘 전체 의원 108명 중 절반 가량인 48명이 참석할 정도로 그의 행보에는 힘이 실렸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했지만 이후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면서 강성 보수층으로부터도 지지를 받았다. 다수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홍준표 전 대구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과 함께 이른바 국민의힘 대선후보 ‘빅4’ 가운데 한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오 시장은 불출마 결심을 하게 된 배경을 “국민이 다시 보수에 국정을 책임질 기회를 주시려면 책임 있는 사람의 결단이 절실한 때라고 판단했다”며 “‘나 아니면 안 돼’라는 오만이 횡행해 우리 정치가 비정상이 됐는데 평생 정치 개혁을 외쳐온 저마저 같은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당 누구도 윤석열 정부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사람이 아닌 우리 모두 나눠 가져야 할 부채”라며 “지금의 보수정치는 국민 여러분께 대안이 되기는커녕 짐이자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국민께 다시 신뢰를 받는 보수로 환골탈태하는 것만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고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길”이라고도 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를 거치며 위기에 빠진 보수정치의 부활을 위해 대선주자로 전면에 나서기보다 보수진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물밑에서 묵묵히 역할을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읽힌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명태균 의혹’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및 재지정 논란이 악재로 작용한 게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내놓는다. 오 시장은 명태균 의혹과 관련해 신속한 수사를 공개 촉구하며 정면돌파를 시도했지만 검찰 수사에는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았고 토지거래허가제 관련 논란은 오 시장의 강점으로 꼽히는 행정 전문가 이미지에 타격을 줬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오 시장은 여전히 당 안팎에서 1차 경선 통과가 유력한 빅4 중 하나로 거론됐다는 점에서 한 대행의 차출론이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힘의 다른 대선후보 캠프 관계자는 “오 시장의 불출마 선언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자신의 경쟁력과 겹치는 한 대행의 차출론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대행 차출론의 명분은 한 대행의 행정 전문가로서 경험과 안정감, 중도 소구력 등이다. 한 대행에게 출마를 요구하고 있는 이들은 한 대행의 경선 참여 보다는 추대 또는 국민의힘 후보 선출 이후 후보 단일화 등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은 긴급 기자회견 이후 질의응답에서 ‘한덕수 대망론’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분은 본인의 의지와 결단력이 중요하다”며 “한 대행의 출마를 촉구하는 당내 분위기에 대해서 총리께서 스스로의 결단과 의지로 임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간 잘못된 여론에 우리 당이 편승해서, 어떤 의미에서는 국민 여론을 잘못 이끌었던 공당으로서 깊은 과오를 통렬히 반성하고 그것을 전제로 국민 여러분의 용서를 구하고 나서야 비로소 대선에 임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일주일간 당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깊은 아쉬움과 염려를 지울 수 없었다”고 했다.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추가 질의응답에서 “지금까지 진행된 (당내 경선 등) 경쟁 구도들이 시장이 생각하고 고민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변화와는 거리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