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TA 체결한 나라 맞나”…”美 동맹국 대하는 방식 아냐” 비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에 25%의 상호관세 통보한 가운데, 외신들은 정권 교체에 따른 정치 공백과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 대한 고율 관세가 협상 지연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은 미국의 가까운 동맹국이지만, 협상은 미국 정부가 원하는 속도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는 최근 선거를 치렀기 때문이기도 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자동차, 철강, 전자제품 등 주요 수출 품목에 높은 관세로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한국과의 협상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 혼란으로 지연됐고, 새 정부 출범으로 협상에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며 “남은 기간 상호이익에 기반한 협정을 위해 협상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며 이달 9일까지 협상 기한을 줬으나, 각국과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14개 국가들에 최고 40%의 관세를 8월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한국에는 25%의 관세 부과를 예고했고, 그 전에 미국과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으면 관세는 그대로 적용된다.
미국은 지난해 한국에서 1316억 달러(약 180조2600억원)를 수입했는데, 주요 수입 품목은 반도체(85억 달러), 컴퓨터 부품(74억 달러), 가전제품(32억 달러) 등이었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한국의 미국 수출품 가운데 절반가량은 이미 관세가 부과됐거나 부과될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자동차·자동자 부품에 25%, 철강·알루미늄에 50%의 관세가 적용 중이다.
미 상무부는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산업에 대해 별도의 품목 관세를 검토 중이고, 향후 제약·반도체·전자기기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NYT는 “한국 정부는 핵심 산업에 여전히 고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섣불리 양보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조치가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로, 한국 측 반발을 사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웬디 커틀러 부소장은 “반도체, 에너지, 칩 제조 등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온 동맹국에까지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미 FTA를 통해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거의 매기지 않는 한국으로선 추가 양보 여지도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한미 통상 현안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며,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은 상호관세 부과 전까지 합의를 위해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