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프란시스코의 신생 와인바 Kis Cafe가 문을 연 지 두 달 만에 휴점에 상태에 돌입했다. 내부 위생 문제도, 인건비 폭등도 아니었다. 원인은 틱톡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에서 비롯된 공개적인 갈등이었다. 갈등의 중심에는 제임스 비어드상 후보 출신의 유명 셰프 루크 성의 발언과, 이를 폭로한 인플루언서의 영상이 있다.
이 사건은 지금 요식업계 전반에 묵직한 질문 하나를 던진다. “SNS 인플루언서와의 협업, 정말 리스크는 없는가?”
논란은 인플루언서 @itskarlabb가 올린 영상으로 시작됐다. 그녀는 Kis Cafe와 협업을 위해 초대받아 방문했지만, 도착 직후 셰프로부터 면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영상에서 그녀는 “울면서 나왔다”고 말하며 굴욕감을 토로했다.
그녀에 따르면, 셰프 성은 식당 직원에게 “왜 이런 애를 초대했냐, 실수였다”고 말했으며, 그녀에게는 “너 팔로워 수가 얼마나 되는데”, “이런 수준의 인플루언서가 우리 레스토랑에 어울릴 거라 생각하냐”는 발언을 했다. 이어 “네 팔로워들은 이 레스토랑에 올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야”, “나 누군지 알아?”라고 말하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은 하루 만에 1,400만 회 이상 조회되며 확산됐고, 네티즌들은 셰프와 식당을 특정한 뒤 SNS와 리뷰 사이트에 비난 댓글을 쏟아냈다.
인플루언서 여성이 올린 영상에는 식당 이름도, 셰프의 이름도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빠르게 식당과 인물을 특정했고, 수백 개의 악성 리뷰가 식당을 덮쳤다. 결국 루크 성 셰프는 해고됐고, 식당은 휴점에 들어갔다. SNS 한 편의 영상이 한 명의 경력을 끝내고, 하나의 사업을 무너뜨린 것이다.
결국 Kis Cafe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루크 성 셰프가 더 이상 공동 운영자나 셰프로 재직하지 않으며, 해당 사건 이후 식당을 휴점하고 내부 재정비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루크 성 셰프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식 사과하며 “당시 내 태도는 무례하고 고압적이었으며, 내 언행으로 상처를 받은 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둘러싼 비판은 무례한 태도를 지적 받은 셰프 루크 성에게만 향하지 않고 있다.
영상에서 인플루언서는 셰프나 식당 이름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SNS 상에서 정체가 밝혀지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일부는 “팔로워 수가 적은 인플루언서가 협업을 요청해놓고, 뜻대로 되지 않자 피해자로 자신을 포장했다”며 의도적인 ‘온라인 망신주기’ 아니냐고 비판했다.
더구나 그녀는 후속 영상에서 “이번 일로 팔로워가 급증했다”고 자랑하며 웃는 모습을 보였고, 이로 인해 SNS를 통한 공적 린치로 개인의 생계를 흔드는 행위의 비례성과 윤리성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기에는 선을 넘은 지점이 있다. Kis Cafe는 콘텐츠 협업을 원했고, 그 일환으로 팔로워 1만5천 명 수준의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를 초대했다. 그러나 내부 조율이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셰프는 인플루언서의 ‘영향력 부족’을 문제 삼았고, 상대는 이를 모욕으로 받아들였다. 결국 협업은 콘텐츠도 나오기 전에 감정 싸움과 폭로전으로 끝났다.
이 과정에서 가장 위험한 건 협업의 구조 자체였다. 요즘 외식업계는 SNS 노출에 목을 맨다. 하지만 인플루언서를 초대하면서도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없이 단지 ‘오면 좋겠지’ 정도의 기대감만 갖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 사건이 보여준 건 그 기대가 얼마나 큰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지다.
게다가 인플루언서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식당과 셰프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하나, 해당 인물이 특정되도록 구성된 영상은 사실상 공개 저격이었다. 실제로 그녀는 후속 영상에서 팔로워 수가 급증했다고 자랑했다. 이는 ‘피해자 서사’의 진정성에도 흠집을 낸다.
이번 Kis Cafe 사건은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비즈니스의 성공 공식이 아니라 실패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작은 파열음이 SNS에서 폭발하고, 리뷰 테러로 번지며, 결국 식당의 브랜드와 유명 셰프의 명성까지 붕괴시킨다는 점이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