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쓰고 영국 여왕 만난 한국대사…’킹덤’ 인기에 특별히 준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95)이 하룻밤 병원 신세를 진 뒤 26일(현지시간) 첫 공개석상에서 만난 인물은 김건 주영 한국 대사다. 김 대사는 한국 전통 모자인 갓과 한복을 착용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주영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김 대사는 이날 런던 시내 버킹엄궁에서 화상으로 여왕에게 신임장을 제정했다. 김 대사는 지난 7월 부임했다.
한복을 차려입은 김 대사 부부는 영국 왕실에서 관저로 보낸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이동했다.김 대사는 최근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킹덤’에서 갓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점을 생각해 특별히 의상을 준비했다. 영국인들이 의복에서 모자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면도 고려했다.
킹덤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물이다. 드라마가 코로나19 기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주인공이 쓴 갓에 대한 해외 시청자들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김 대사는 “신임장 제정을 계기로 글로벌 코리아가 글로벌 브리튼(영국)과 외교,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매체들은 여왕이 이날 퇴원 이후 첫 공식석상에 나왔다고 전하면서 김 대사의 의상에도 주목했다. ITV, 스카이뉴스 등은 김 대사가 한국의 전통 모자인 ‘갓'(gat)을 쓰고 여왕을 만났다고 언급했다.
여왕은 이날 런던 외곽의 거처인 윈저성에서 영상 너머로 김 대사를 접견했다. 여왕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주 하룻밤 병원 신세를 진 이후 처음이다.
여왕은 한영 관계 증진 필요성에 공감하고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국은 오는 31일부터 내달 12일까지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을 개최한다.
영상 속 여왕은 노란색 드레스와 진주 목걸이를 착용했으며 환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현지 매체들은 영상 속 여왕의 기분이 괜찮아 보였다고 전했다.
여왕이 모습을 드러낸 건 의료진으로부터 휴식 권고를 받은지 일주일 만이다. 여왕은 이날 김 대사 외에도 마르쿠스 라이트너 주영 스위스 대사의 신임장도 받았다.
여왕은 지난 20일 런던의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하루만에 퇴원했다. 여왕의 입원은 2013년 위장염을 앓았을 적 이후 처음이다.
여왕의 입원 소식이 나오기 전 그가 의료진 권고에 따라 북아일랜드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는 발표도 있었다.여왕이 마지막으로 공식 석상에 나온 건 19일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이 참석한 연회였다.
영국 왕실은 여왕이 당초 다음주 COP26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의료진 권고에 따라 가지 않기로 일정을 변경했다고 밝혔다고 BBC 등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