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하원 감독위원회에 제출된 아동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생일 선물 책자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서명한 것으로 보이는 그림과 쪽지가 포함돼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트럼프가 서명한 것으로 보이는 쪽지와 성적 암시가 담긴 그림을 위원회 공식 소셜 미디어 계정에 게시했다.
이 그림은 트럼프가 가짜라고 주장해온 것이다.
그림에는 벌거벗은 여성 그림 밑에 “Donald”라는 서명이 적혀 있다.
두꺼운 검은 잉크로 그려진 이 그림에는 트럼프와 엡스타인이 주고받은 대화를 인용한 문장들이 쓰여 있고 그 아래에 트럼프의 독특한 필체로 보이는 서명이 달려 있다.
감독위원회 로버트 가르시아 민주당 간사는 성명에서 “감독위원회가 트럼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온 악명 높은 ‘생일책’을 확보했다”며 “이제 대통령이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진실을 말하고 모든 엡스타인 문서를 공개할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그림이 트럼프가 그린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소셜 미디어에 “줄곧 말해왔듯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 그림을 그리지 않았고, 서명하지도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썼다.
테일러 부도위치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비서실장도 소셜 미디어에더 각진 형태로 보이는 최근 트럼프의 서명 사진을 올리고 그림의 서명이 트럼프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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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십 년 전, 생일책이 만들어진 시기에 트럼프가 서명한 개인 서신 몇 건에 그림의 서명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서명이 있다.
이 서명들은 “Donald”의 마지막 “d” 끝에 긴 꼬리가 있는 모습이다.
NYT는 이들 서명이 담긴 문서 사본을 루돌프 줄리아니와 에드워드 I. 코치 전 뉴욕시장의 공식 기록 보관소에서 입수했다고 밝혔다.
하원 감독위원회는 이 그림이 담긴 생일책 사본 등 자료들을 엡스타인 유산 집행인으로부터 제출받은 것으로 밝혔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7월 트럼프가 엡스타인에게 보낸 외설적 그림이 엡스타인 50주년 기념 생일 책자에 실려 있다고 보도했었다.
당시 트럼프가 자신이 그림이나 서신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강력히 부인하면서 WSJ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와 엡스타인은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친분이 있었으며, 두 사람의 관계는 2004년쯤 소원해졌다.
생일책 속 편지는 두 사람이 물질적 소유를 넘어 삶의 가치를 논하는 대화를 담고 있다.
그중 트럼프가 한 말로 보이는 대목으로 “우린 몇 가지 공통점이 있어, 제프리”라는 문구가 있다. 마지막에는 두 사람이 공유하는 “멋진 비밀”에 대한 언급으로 끝난다.
엡스타인 유산 집행인은 생일책 사본 외에도 엡스타인 사망 직전 작성된 유언장 사본, 주소록과 연락처 목록의 일부, 은행 계좌 정보, 2007년 연방 검사들과 맺은 성매매 수사 중단 합의서 사본 등을 하원 감독위원회에 제출했다.
감독위원회는 이들 자료들도 공개할 예정이며 공개 시기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감독위원회는 엡스타인이 저명 인사들에게 젊은 여성들을 공급한 “고객 명단”도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그러나 유산 집행인은 그런 문서가 없다고 밝혔으며 앞서 법무부도 그런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