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수도 베를린 미테구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을 오는 10월 7일까지 철거하라고 재독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에 공식 명령했다.
18일 산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미테구청은 소녀상 철거 명령과 함께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3000유로(약 49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하겠다고 코리아협의회에 경고했다.
미테구청 관계자는 일본 언론에 “소녀상을 영구적으로 설치할 수 있는 장소를 찾기 위해 코리아협의회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다”, “그러나 제안이 거부된 상황이므로 관련 규정에 따라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현지 베를리너자이퉁 등에 따르면 소녀상은 현재 미테구의 공공 부지에 설치되어 있으며, 2020년 9월 28일 처음으로 임시 설치 허가를 받아 세워졌다. 그러나 미테구청은 임시 예술작품 설치 기간 2년을 넘겼다며 철거를 요구해 왔다.
2022년까지 유효했던 설치 허가가 만료되자, 미테구청은 철거를 요구했으나, 코리아협의회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효력이 정지됐다.
이후 베를린 행정법원은 올해 4월 해당 신청을 받아들여 소녀상의 설치를 오는 9월 28일까지 임시로 허용했다.
미테구청은 당시 재판에서 소녀상 설치가 일본 외교정책의 이익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베를린 행정법원은 결정문에서 “이 동상의 설치가 일본과의 외교 문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초기 허가 시점부터 예견된 것”이라며 “구체적인 외교적 파장이 확인되지 않는 한, 공공의 이익이 예술의 자유보다 우선한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미테구청과 코리아협의회는 소녀상 이전을 놓고 협의해 왔다. 미테구청은 지난 7월 기존 설치 지점에서 약 100m 떨어진 사유지로의 이전을 제안했다. 해당 부지는 MUT 주택협동조합이 소유하고 있다. 미테구청 측은 이 부지가 공개성과 접근성이 기존 장소와 유사하다며 이전을 제안했다. 또 소녀상의 이전 및 설치에 드는 비용 전액을 부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코리아협의회는 이전을 거부했다. 코리아협의회는 “소녀상은 공공장소에 설치되어야 하며, 사유지로의 이전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고, 예술적·정치적 효과를 약화시킨다”는 입장이다.
이번 철거 명령에는 일본 정부의 외교적 압박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소녀상이 처음 설치됐던 2020년부터 지속적으로 ‘유감’이라는 입장을 표명하며, 독일 측에 철거를 요청해왔다. 특히 공공장소에 설치된 점, 그리고 안내 문구에 ‘성노예(sex slaves)’ 등 일본군의 행위를 명확히 지적하는 표현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