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인당 매년 10만 달러(약 1억4천만 원)에 달하는 H-1B 취업비자 수수료 부과 방침을 발표한 뒤 혼란과 반발이 커지자, 백악관이 “기존 비자 소지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기업과 이민업계의 불신과 비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0일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이번 수수료는 연례 비용이 아닌 1회성 청구이며, 신규 신청 건에만 적용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H-1B 비자를 보유하고 해외에 있는 사람은 재입국 시 10만 달러를 내지 않아도 된다”며 “기존 비자 갱신이나 현재 비자 소지자들에게도 부과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레빗 대변인은 또 “H-1B 소지자는 평소처럼 자유롭게 출국·재입국할 수 있으며 어제 발표된 대통령 포고문은 그 권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그는 이번 규정이 신규 비자 발급에만 적용되며, 갱신이나 현재 소지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재차 확인했다.
새로운 수수료는 동부시간 21일 오전 12시 1분부터 적용되며 1년간 효력을 가진다. 다만 미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연장될 수 있다.

백악관은 별도의 발표에서 “현재 H-1B 비자 소지자의 출입국 과정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민 변호사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충격과 반발을 감추지 않고 있다. 텍사스주 엘패소의 이민 전문 변호사 캐슬린 캠벨은 “백악관의 새 지침은 하루 전 통보로 H-1B 비자 수속 규칙을 뒤집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수많은 기술 숙련 노동자의 삶을 완전히 흔들어 놓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업 부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수수료는 기업의 연례 비용으로 추가될 것”이라고 밝혀 혼란을 키웠다. 하지만 백악관 관계자는 20일 “연례 경신에는 부과되지 않고 1회 부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정책적 논의가 아직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미국의 기술 인력 수급과 글로벌 경쟁력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백악관이 급히 “기존 보유자 제외”를 강조했지만, 이미 현장에서는 불확실성과 불신이 커지고 있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