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틸리 노우드(Tilly Norwood)는 외모도, 목소리도 실제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 전혀 실존 인물이 아니다.
이 AI 여배우는 AI 콘텐츠 제작사 파티클6(Particle6)의 CEO인 엘린 반 더 벨던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현재 스튜디오들의 관심을 끌고 있고, 일부 에이전시에서는 그녀와 계약을 고려 중이다.
버라이어티 보도에 따르면, 반 더 벨던은 취리히 서밋에서 틸리가 공개된 이후 스튜디오의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으며, 곧 에이전시와의 계약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만약 계약이 성사되면, 틸리는 AI로 생성된 배우 중 최초로 정식 소속 에이전시를 갖는 사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소식은 할리우드의 실제 배우들 사이에서 큰 반발을 사고 있다.

배우 멜리사 바레라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이런 짓 하는 에이전트한테 소속된 배우들 전부 그만두길 바란다. 역겹다. 상황 좀 파악해라”라고 적으며 분노를 표출했다.
영화 Weapons에 출연한 캐리 크리스토퍼는 틸리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절대 안 돼. 모두 이 AI 계정이랑 관련 계정은 차단해야 한다”는 댓글을 남겼다.
배우 루카스 게이지는 “걔랑 일하는 건 악몽이었어!!!!”라고 농담 섞인 글을 SNS에 올리며 조롱했다.

이에 대해 반 더 벨던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분노를 표출한 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틸리는) 인간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작업물, 하나의 예술 작품입니다. 과거 수많은 예술 작품들처럼, 틸리도 대화를 이끌어내고 있고, 그 자체가 창의력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저는 AI를 사람의 대체물이 아닌, 새로운 도구, 새로운 붓으로 보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인형극, CGI처럼 라이브 연기를 없애기보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던 것처럼, AI도 또 하나의 이야기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배우이고, 인간의 연기에서 오는 기술과 즐거움을 AI 캐릭터가 빼앗을 수는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녀는 틸리의 창조 과정을 “캐릭터를 그리고, 역할을 쓰고, 연기를 구성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상상력과 장인의 손길이 필요한 작업”이라며 “틸리는 대체가 아닌 실험의 결과물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벨던은 “AI 캐릭터는 인간 배우와 직접 비교되기보다는, 그 자체의 장르로 인정받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의 모든 형식에는 그 자체의 가치가 있으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세상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반 더 벨던은 글을 마치며 “AI가 연극, 영화, 회화, 음악 등 예술의 다양한 영역과 함께 공존하며, 우리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랍니다. 모든 형태의 창작을 축하할 때, 우리는 새로운 목소리와 이야기, 연결의 방식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녀는 지난 7월 브로드캐스트 인터내셔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틸리를 차세대 스칼렛 요한슨이나 나탈리 포트만으로 만들고 싶다. 그것이 우리의 목표다”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 틸리가 실제로 소속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었는지에 대한 공식 발표는 없는 상태다.
틸리는 파티클6와 제휴된 AI 인재 스튜디오인 Xicoia(시코이아)에 의해 만들어졌다.
<박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