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0월 3일, 이탈리아 전역 100여 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총파업과 대규모 시위 중 로마 시내에서 촬영된 장면.@marxistJorge
이탈리아 전국 100여 개 도시에서 200만 명에 달하는 시민이 총파업과 시위에 나선 것은 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을 바라보는 서방 세계 일반 시민들의 공감대가 완전히 무너졌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신호탄이다. 이 거대한 분노의 물결은 더 이상 이스라엘의 행태를 ‘안보를 위한 자위권’으로 포장할 수 없다는 국제사회의 준엄한 심판을 대변한다. 특히 구호품을 실은 선박 40여 척을 군함을 동원해 나포하고 활동가 수백 명을 강제 추방한 ‘글로벌 수무드 함대(GSF)’ 사건은 이스라엘의 야만적인 행태가 ‘인류애’의 최전선까지 침범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3일 이탈리아 전역에서 터져 나온 200만 시민의 분노는 단지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항의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유’, ‘인권’, ‘문명’이라는 말을 독점해온 서방의 이중성과, 이를 무기 삼아 전쟁 범죄를 저지르는 이스라엘 국가 시스템에 대한 최종 경고다. 더는 ‘안보’라는 말로 학살을 정당화할 수 없으며, 더는 ‘피해자 서사’로 폭력적 지배를 숨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로마, 밀라노, 나폴리를 포함한 100여 개 도시에서 일어난 총파업은 정치권이 외면한 윤리의 자리를 시민들이 대신 채운 사건이었다. “BLOCCHIAMO TUTTO PER LA PALESTINA” — 모든 것을 멈춰라, 팔레스타인을 위해. 이 구호는 단순한 연대의 외침이 아니라, ‘문명’을 자임해온 유럽이 이제 그 이름으로 학살을 용인할 수 없다는 정치적 선언이다.
또,이스라엘은 국제 구호선단 ‘글로벌 수무드 선단’의 구호선박 42척을 무력으로 나포하고, 그 선박에 탑승한 500여 명의 인권 활동가들을 억류하거나 추방했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수십 척의 구호선박이 봉쇄당하고, 의약품과 식량이 가자 지구에 도착하지 못했다. 자국의 군대를 동원해 ‘기근’을 만든 것이다. 인도주의의 최전선을 해상에서 무너뜨린 이 행위는 ‘국가 안보’가 아니라 전형적인 ‘전쟁 범죄’다.
이스라엘의 이 같은 행위는 더 이상 서방 시민 사회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
서방의 위선은 오랫동안 작동해왔다.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장과 점령, 민간인 폭격은 늘 ‘자위권’이라는 말로 포장되었고, 미국과 유럽은 이를 비호해왔다. 하지만 이제, 서방 시민들은 그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제도 정치가 침묵하는 자리에 윤리적 양심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움직임은 외톨이가 아니다. 유엔 총회를 계기로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 주요 서방국들이 잇따라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승인했다. 이는 단지 외교적 제스처가 아니다. 이스라엘의 군사주의적 확장이 두 국가 해법을 불가능하게 만들었으며, 국제 사회가 이제 그 책임을 이스라엘에 직접 묻겠다는 상징이다.
경제적 제재 역시 가시화되고 있다. 영국은 이스라엘과의 무역 협상을 중단했으며, 유럽연합은 관련 협정들을 전면 재검토 중이다. 무엇보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이스라엘 총리와 국방장관에 대한 전범 혐의를 공식 검토 중이라는 사실은, 이제 이스라엘이 ‘서방의 보호국’이라는 안락한 지대에 더 이상 머물 수 없음을 뜻한다. 법의 이름으로, 야만은 심판대에 오른다.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문명국가’의 외피를 쓰고 자신들의 폭력을 정당화해왔다. 그러나 더 이상 그 외피는 작동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은 스스로 국가가 되기에 부족하다’는 담론은 이제 거꾸로 향한다. 그 누구보다 이스라엘이 국가 자격을 의심 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한때 ‘서구의 최전선’이라 불리던 이스라엘은 이제 ‘국제사회가 직면한 도덕적 시험지’가 되었다. 이스라엘이 저지른 범죄를 외면하고 서는 더 이상 인권도, 평화도, 정의도 말할 자격이 없다. 가자 지구의 고통은 이제 지중해 해역을 넘어, 서방 전체 정치 문명의 윤리적 파산을 폭로하는 거울이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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