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보아 대통령, 친정부 지역에는 현금 살포, 공무원은 감원
그 동안 에콰도르에서는 연속해서 전국적인 시위 사태가 벌어졌고, 이번 유류인상 항의 시위는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격렬 시위 중 가장 최근의 사건이다.
12일 도심을 메운 시위 군중은 야유의 휘파람을 불면서 “노보아 물러가라!”는 구호를 연호하며 키토시내 남부에서 북쪽의 한 공원을 향해 행진했다.
도심 광장에 도착하기 전에 경찰 오토바이 부대가 군중 해산을 시도하면서 사람들을 향해 최루가스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아직 이로 인한 부상자 발생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에콰도르 최대의 원주민 단체는 이미 21일 전에 파업을 선언하고 정부의 디젤유 보조금 폐지에 항의하는 시위를 계획했다. 정부 정책으로 인해 시중 디젤유의 가격이 갤런당 1.80달러에서 2.80달러로 폭등했다는 것이다.
시위는 갈수록 과격해져서, 그 동안 민간인 1명이 살해 당했고 수 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전투 경찰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100명이 넘게 체포되기도 했다.
노보아 대통령은 전국 10개 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키토 시내를 비롯한 여러 곳에 대중 집회를 아예 금지시켰다. 지난 주 시위대가 노보아 대통령의 자동차 행렬에 투석을 하는 등 공격을 가해서 긴장 상태가 더욱 악화했다.
북부 지방 전체에 시위가 확산되면서 12일 수도 키토에서도 집회가 열리자 당국은 최고의 경계령을 내렸고 진압복 차림의 폭동진압 경찰과 군 부대가 최근 며칠 동안 키토시내에 대규모로 배치되었다.
이번 12일 시위는 에콰도르가 다문화 복합민족의 날 ( Day of Interculturality and Plurinationality )로 정한 날에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이 날은 원래 ‘콜럼버스의 날’이었지만 1492년 미 대륙을 발견한 이탈리아 탐험가 이름 대신에 원주민 부족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개명된 것이다.
에콰도르에서 유가 인상에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은 주로 농업, 어업, 운송업에 종사하는 원주민 부족 주민들이다.
노보아 대통령은 정부가 따로 비축한 유류 보조금 11억 달러를 전용해서 국가 재정과 에콰도르 국경을 통해 콜롬비아와 페루로 밀수되는 석유밀수단과의 전쟁 비용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가뜩이나 유류가격이 폭등하는 와중에 이런 정책은 국민들의 분노를 더욱 폭발 시켜 시위사태의 도화선이 되었다.
12일 폭력시위를 주도한 노조 지도자 넬슨 에라조는 “우리 원주민 단체와 전국의 노동자, 청년, 키토 시민, 전국민은 독재자 노보아의 신자유주의적 구상과 국민을 굶겨 죽이는 모든 정책에 반대한다”고 AP통신 기자에게 말했다.
그는 노보아의 정부 유류보조금 폐지 뿐 아니라 졍부 비용 절감을 위한 수 천명의 공무원 감원 등을 집중적으로 비난했다.
노보아 대통령은 시위사태를 달래기 위해서 그 동안 잠잠했던 여러 지역을 순방하며 농부들과 운송 노동자들에게 현금 보너스를 지급하는 등 진화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