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 월가에서 중소·중견기업 대출을 둘러싼 잇단 ‘사기 의혹’이 불거지며 금융권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투자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이 대출 심사 강화와 리스크 관리 재점검에 나서며, 재발 방지책 마련에 분주하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은 기업 대출 심사 과정에서 재무제표를 더 긴 기간에 걸쳐 검증하고, 대출 전 정기 점검 조항을 추가하는 등 실사를 강화하고 있다. 월가 주요 은행·자산운용사·회계법인들은 최근 공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최근의 사기 사례를 분석하고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에 드러난 사기 사건들은 자동차·통신 등 일부 산업의 중소·중견기업과 관련된 것으로, 시장 전체를 흔들 정도는 아니지만, 대형은행인 JP모건체이스와 블랙록 등에도 손실을 입히며 “단발 사건이 아니다”라는 위기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컨설팅사 우지앤랄의 파트너 콜린 애덤스는 “이번 사태가 신용시장에 실제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며 “사람들이 진지하게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라고 묻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9월 말, 자동차 부품사 퍼스트브랜즈가 파산 보호를 신청하면서 같은 매출채권을 여러 대출기관에 중복 담보로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같은 시기 파산한 서브프라임(저신용자 대상) 자동차 대출업체 트라이컬러 역시 허위 소비자 대출을 조작하거나 이중 담보로 설정한 혐의를 받는다.
이런 분위기 속 구조화금융협회(SFA)는 최근 ‘사기 방지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내년 2월 말 회의에서 결과를 발표할 예정으로, 월가 주요 은행·자산운용사·회계법인 등 협회 회원사가 폭넓게 참여한다. 협회 측은 이번 조사가 “사기 발생 가능성이 일회성인지, 체계적인 문제인지 판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의 알렉산더 다이크 교수는 “기업 사기는 보통 경기가 좋을 때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들이 더 많은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수치를 조작할 유인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저신용 기업채 부도율은 현재 급등하지 않고 있으며, 경제 지표도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채와 대출에 대한 투자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
예외적으로 부진한 부문은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 관련 채권이다. 트라이컬러의 파산 이후 저소득층 자동차 구매자들의 채무 불이행 우려가 커지며 관련 채권 가격이 하락했고, 국채 대비 수익률 격차가 확대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테레사 오닐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트라이컬러 사태를 보며 다른 발행사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소비자 신용 불안이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세익스인베스트먼트의 조지 구델리아스 레버리지금융본부장은 “사기 의혹은 우려할 만하지만, 신용시장 전반의 펀더멘털을 흔들 수준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여전히 수익 성장률과 이자 부담 대비 수익성 같은 전통적 지표에 집중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전체적인 그림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