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강성파의 얼굴이었던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이 정면충돌했다. 올해 초 취임 연설장에서 서로 포옹하며 충성을 확인하던 둘이었지만, 11월 중순 들어 공개 비난전을 벌이며 ‘MAGA 전열 분열’의 상징적 장면을 만들고 있다.
트럼프는 15일 트루스소셜에서 그린을 “반역자(TRAITOR)”, “RINO(이름만 공화당원)”라며 강하게 몰아붙였다. 이름까지 “마조리 테일러 브라운”으로 바꿔부르며 “그린(녹색)은 썩으면 브라운(갈색)으로 변한다”고 조롱했다. 전날엔 아예 그녀의 지역구 경쟁 후보에게 지지 선언을 하며 “너무 좌경화됐다”고 공격했다.
반면 그린은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 이탈, 특히 엡스타인 문건의 완전 공개를 막고 있다며 지난 몇 주간 트럼프를 거세게 비판해왔다.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자가 나를 비난하고 조롱하고 위협한다. 신변안전까지 걱정해야 한다”고 반박하며 후퇴하지 않았다.
트럼프·그린, 왜 갈라섰나
그린은 2020년 선거전 이후 트럼프의 가장 극렬한 지지자였고, 트럼프는 그녀를 “미래의 공화당 스타”, “진정한 승리자”라 칭송해왔다. 백인우월주의 논란부터 총기확산 발언까지, 그린의 극단적 행보에도 트럼프는 일관된 방패였다.
그러나 금이 간 건 올해 초. 그린이 조지아주 상원의원 경선 도전을 시사하자 트럼프가 “너는 가망 없다”며 여론조사 결과를 보낸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후 그린은 공화당 주류와 트럼프의 ‘올드 보이 정치’를 정면으로 비난하기 시작했고, 최근엔 ABC방송 ‘더 뷰’에 출연해 유화적 메시지를 내놓으며 이미지 전환까지 시도하고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그린의 변신은 단순한 불화가 아니라 MAGA 내부의 노선 갈등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라고 해석한다.

MAGA 내 균열… 2026년·2028년 선거에 직격탄
엡스타인 문건 공개 표결을 앞둔 시점에서 트럼프는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정하며 “민주당의 농간”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린은 “트럼프가 문건 공개를 조직적으로 막고 있다”며 정치적 정면충돌을 시도했다.
전직 조지아 공화당 당직자 제이슨 셰퍼드는 “그린의 지역 기반은 트럼프 MAGA의 핵심층”이라며 “이번 균열은 단순한 내부 말싸움이 아니라 향후 대선·중간선거 판도에 실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린에게 2024년 패했던 숀 해리스 전 육군 장군은 2026년 재도전을 선언하며 “그린의 변신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정치적 작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마러라고 자택으로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도 “마조리는 불평·불평·불평 뿐”이라며 실시간 비난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린은 “진짜 미국우선주의의 투사는 나”라고 주장하며 트럼프의 상징이었던 MAGA 화력을 정면에서 빼앗는 듯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MAGA 운동의 초강경 공동창업자 격이었던 두 사람의 결별은 트럼프 2기 집권의 첫 내부 균열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엡스타인 문건 공개, 이민정책, 대외정책 등에서 더 큰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충돌은 단순한 개인 감정싸움이 아니라 트럼프주의 자체의 미래를 둘러싼 본격적인 내부 전쟁의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