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임기 중 최악의 부패 스캔들로 국내외에서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국내에선 지지율이 40% 폭락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대외적으론 서방의 지원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6일(현지 시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베르호우나 라다(의회) 야당 의원 야로슬라우 젤레즈냐크는 현 정부에 비판적인 매체 ‘스트라나’ 인터뷰에서 “지난주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 아래로 폭락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패 스캔들 후 실시된 3개의 비공개 여론조사 데이터를 인용했다고 했는데, 더 자세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현지 언론들을 보면 아직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는 공표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야당 의원의 이런 주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국내에서 처한 정치적 어려움을 가늠케 한다.
우크라이나 국가반부패수사국(NABU)과 반부패특별검찰청(SAPO)이 ‘미다스 작전’으로 명명한 국영 원전 기업 에네르고아톰의 1억 달러 규모 대형 비리 사건엔 젤렌스키 대통령의 측근 티무르 민디치 등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민디치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코미디언 시절 설립한 TV 제작사 ‘크바르탈 95’의 공동 소유주이자 사업가로, 압수수색 몇 시간 전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NABU는 또 민디치의 자택에서 확보한 녹취록 일부를 공개했는데, 해당 녹취엔 부패 관행이 논의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직접적으로 연루됐다는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의 공습으로 겨울철 난방과 전력 공급 우려가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측근까지 개입된 대형 에너지 비리 사건이 불거진 것은 전시 대통령인 그의 리더십에 타격을 입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외적으로도 압박받고 있다.
그간 우크라이나에 앞장서 온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런 스캔들이 계속 터지면 우크라이나와 협력하자고 파트너들을 설득하기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투스크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국가는 부패 책임자들을 처벌하려는 진정성 있는 의지를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며 어떤 방식으로든 대가는 매우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부패를 경계하라”며 “이런 일들이 용인된다면 전쟁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유럽연합(EU)과 독일 등도 우크라이나 부패 스캔들을 강하게 비판하고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철저한 수사와 개혁 의지를 내보이면서 이 사건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민디치와 또 다른 사업가 올렉산드르 추케르만에게 강력한 정부 제재를 요청했고, 연루 의혹이 제기된 헤르만 할루셴코 법무장관(사건 당시 에너지장관)과 스비틀라나 흐린추크 에너지장관을 해임했다.
이어 에네르고아톰 경영진 전면 교체 등 개혁안도 발표했다. 16일 추가 발표에선 의회에 에너지 규제 기관을 개편하는 긴급 법안을 제출하라고 지시했고, 다른 에너지 기관 수장들도 새로 임명하겠다고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