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8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백악관에 맞아들이면서 언론과 맞선 행동은 독재자에 대한 아첨이며 인권침해를 용인한 것이고 언론자유를 무시하고 진실을 외면하는 행동이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9일 사설에서 비판했다. 다음은 사설 요약.
미국은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외국 지도자들과 동맹을 맺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해외의 위협을 물리치기 위해 인권을 무시하는 나라들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대표적이다.
사우디의 인권 기록은 끔찍하지만 이란의 공격성을 억제하고 중동을 안정시키는데 있어 미국에 가치가 큰 파트너다.
그러나 결함 있는 파트너와 협력한다고 해서 미국이 그들의 악행을 덮고 거짓말까지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맞이했을 때 보여준 모습은 아첨에 가까운 민망한 장면이었다.
트럼프는 2018년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서 왕세자가 무죄라는 설득력 없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ABC 뉴스의 메리 브루스 기자가 살해 사건에 대해 질문하자 그를 꾸짖었다.
CIA는 자국에 자발적 망명해 살던 왕세자 비판자인 자말 카슈끄지가 튀르키예 사우디 영사관을 방문했을 때 살해하라고 명령한 사람이 왕세자임이 거의 분명하다고 결론 내렸다. 유엔 조사관과 여러 비정부기구 연합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대통령의 이번 행동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진실이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그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한 미국 정보기관의 작업을 무시했다. 트럼프가 자신의 이익에 맞는다면 거짓말을 반복해온 오랜 패턴을 이어간 것이다.
둘째, 그는 사우디 요원들이 저지른 교살 살해, 시신 절단과 처리 등 잔혹한 인권 침해를 세탁해 주었다.
미국이 세계의 인권 유린을 모두 근절할 수는 없지만 미국은 동맹국들이 더 나은 행동을 하도록 밀어붙여왔다.
반면 트럼프는 외국의 독재자들에게 미국 정부의 대응을 걱정하지 말고 비판자들을 제거해도 된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셋째, 대통령은 헌법에 명시된 언론의 자유 원칙을 노골적으로 무시했다.
백악관을 방문하는 외국 지도자들은 자국에서처럼 불편한 질문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
ABC의 브루스는 이런 전통에 따라 트럼프 가족의 사우디 비즈니스 거래와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서 왕세자의 역할에 대한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트럼프는 자신의 이해충돌 문제를 대충 흘려버린 뒤 카슈끄지를 “그 신사분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 많았다”는 말로 폄하했고 곧이어 왕세자를 두둔했다. “그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걸로 끝낼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어 “손님을 그런 질문으로 곤란하게 만들 필요 없다”고 강변했다.
민주주의에서 언론의 역할은 외국 지도자나 미국 지도자에게 아첨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때로는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다.
대통령인 트럼프는 이 원칙을 거듭 경멸해왔다. 지난 한 주 동안만 해도 그는 브루스를 “형편없는 사람”이라 부르고, 또 다른 여성 기자에게는 “조용히 해, 돼지야(piggy)”라고 말했다.
그의 행동은 미국 언론이 사우디의 거의 입막음되고 아첨하는 언론처럼 행동하길 바란다는 인상을 준다.
왕세자는 복잡한 독재자다. 그는 여성의 권리를 확대하고, 종교 강경파의 영향력을 줄이고, 경제를 다변화하는 등 중요한 방식으로 나라를 더 현대적이고 개방적으로 만들려고 추진해왔다.
하지만 그는 권위주의자다. 카슈끄지에 대한 잔혹한 살해를 주도한 것으로 보일 뿐 아니라, 정기적으로 비판자들을 투옥하고, 경미한 마약 범죄에 대해 처형을 빠르게 늘려왔다.
미국은 그의 인권 침해를 불편하게 만들고, 사우디가 더 자유로운 미래로 나아가도록 압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