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부가 20일,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태평양 지역에 대한 신규 해상 석유·가스전 임대를 재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내무부가 공개한 초안 계획은 수주 동안 이어진 소문을 확인하는 것으로, 2031년까지 연방 해역 12억7,000만 에이커에서 최대 34건의 임대 매각을 가능하게 한다. 이 가운데는 태평양 연안 6곳, 알래스카 연안 21곳, 멕시코만 7곳이 포함돼 있다.
더그 버검 내무장관은 ‘미국 해상 에너지 해방(Unleashing American Offshore Energy)’이라는 제목의 명령과 함께 이번 계획을 발표했다. 이 명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2029년까지 단 세 건의 신규 임대만 허용했던 계획을 종료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버검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는 해상 석유·가스 임대를 사실상 중단해 미국 해상 생산의 장기적 파이프라인을 약화시켰다”며 “이번 조치는 미국의 해상 에너지 산업을 강하게 유지하고,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지키며, 앞으로 수십 년간 미국의 에너지 우위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는 현재 연안에 약 20여 개의 해상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생산 수명이 거의 끝난 상태다. 산타바바라 앞바다에서 발생한 1969년 기름 유출 사고 이후 신규 연방 해상 임대는 1984년 이후 중단돼 왔다.
오세아나(Oceana)의 캠페인 디렉터 조지프 고든은 “이번 초안 계획은 기름 유출 악몽”이라며 “지금 미국이 필요한 것은 해상 시추 확대가 아니라 해양 생태와 해안을 지키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고든은 해안 지역 경제가 깨끗한 바닷물에 의존한다고 강조했다.

석유업계는 반대로 초안 계획을 환영했다. 미국석유협회(API) 등 주요 업계 단체는 “2050년까지 에너지 안보를 유지하고 수요를 충족하려면 지속적인 탐사와 시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독립석유협회 역시 “어떤 지역도 검토에서 제외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연방해양에너지관리국(BOEM)에 따르면 워싱턴·오리건·캘리포니아 해안의 태평양 지역에는 약 2억 배럴의 확인된 매장량과 100억 배럴이 넘는 기술적으로 회수 가능한 미확인 매장량이 있으며, 대부분 남가주 연안에 분포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는 시추로 입증된 것은 아니며 경제성도 고려되지 않았다.
BOEM은 알래스카에 약 250억 배럴, 멕시코만에 약 300억 배럴의 미확인 매장량이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 분석가들은 정치적·환경적 규제로 인해 남가주 해역을 개발하는 데 난관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번 계획을 두고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판하며 “과거 해상 기름 유출로 인한 환경·경제적 재앙을 기억한다. 캘리포니아는 새로운 해상 시추에 반대해 왔으며 앞으로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해안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연방의회 의원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알렉스 파딜라 상원의원과 재러드 허프먼 하원의원은 공동 성명에서 “이 계획은 세계에서 가장 소중한 해안을 파괴하고 이를 화석연료 업계에 넘기려는 시도”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캘리포니아의 연안보호법, 캘리포니아 연안법, 환경품질법(CEQA), 그리고 2025년에 제정된 신규 연방 해상 생산물을 기존 주 관할 인프라로 들여오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법 등이 기업들에게 큰 장벽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기업은 석유를 캘리포니아 영해를 거치지 않고 직접 탱커에 실어 다른 지역으로 운송하는 방안을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내무부는 오는 월요일 연방관보에 계획이 게재되는 즉시 60일간의 공공 의견 수렴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최종 프로그램 및 개별 임대 매각 결정이 이루어진다.

이번 발표는 지난달 정부가 알래스카 북극국립야생보호구역(ANWR) 전역을 석유·가스 개발에 개방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다만 공화당 성향 해안 주들의 반발로 대서양 연안 개발 계획은 철회된 상태다.
<박성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