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순한 우발 범죄가 아니라, 해외 여행객을 노린 치밀한 계획 범죄였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국제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숨진 피해자는 호주인 칼럼 로빈슨(33), 동생 제이크 로빈슨(30), 미국인 잭 로드(30). 이들은 2024년 4월 멕시코 바하 캘리포니아에서 캠핑과 서핑을 즐기던 중 비극을 맞았다.
사건의 출발점은 20대 여성 아리 지셀 라야였다.
라야는 지난해 4월 27일 엔세나다 남쪽 푼타 산 호세에서 세 남성을 처음 마주했다. 검찰에 따르면 라야는 이들의 고가 장비와 차량을 확인하자마자 “털어야 한다”는 생각을 품었고, 이를 자신의 남자친구와 지인들에게 강도 행각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라야는 법정에서 “내가 먼저 범행을 제안했다”는 사실을 법정에서 인정했다.
범행을 설계한 사람은 다름 아닌 23세 여성 자신이었다는 것이다.
멕시코 검찰에 따르면 그녀의 지시를 받은 남자친구 예수 게라르도와 공범 이리네오 프란시스코, 앙헬 예수스는 그날 밤 11시부터 새벽 2시 사이 캠핑지로 향했다. 목적은 단순했다. 피해자들의 차량 타이어와 장비를 훔치는 것.
하지만 상황은 순식간에 살인으로 번졌다.
검찰은 “피해자들이 강도를 막으려 하자 범인들이 머리를 향해 총을 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세 명 모두 현장에서 즉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범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범인들은 시신을 캠핑지에서 약 4마일 떨어진 외딴 우물로 끌고 갔다. 접근조차 힘든 지형. 그 깊은 우물에 세 남성을 던져 넣고, 나무판자로 입구를 막아 흔적을 감췄다.
우물에서는 오래전 유기된 또 다른 시신도 함께 발견돼, 이 지역의 범죄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다시 드러났다.
피해자 가족은 약속된 에어비앤비에 체크인하지 않자 즉시 실종 신고를 했고, 멕시코 당국·군·FBI가 나선 대대적인 수색 끝에 5월 2일 ‘죽음의 우물’이 발견됐다.
라야와 공범들은 모두 체포됐다. 라야는 혐의를 인정하고 재판을 포기했으며, 지난 11월 19일 법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외국인 3명이 희생되자 번개같이 해결됐다. 정작 멕시코인 수천 명의 실종 사건은 여전히 미해결”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