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 년간 이어진 연구를 종합한 결과, 플라스틱 오염이 해양 생태계 전반에 걸쳐 심각한 위협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해양 생물 약 1,300종의 위장관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됐다고 밝혔는데, 여기에는 모든 바다거북 종은 물론, 모든 바닷새·해양 포유류 과(科)가 포함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연구는 총 10,412건의 해양 생물 부검 보고서를 분석한 것으로, 그 규모와 범위 면에서 가장 방대한 조사로 평가된다. 조사 대상은 바다거북 1,306마리(전 7종), 바닷새 1,537마리(57종), 해양 포유류 7,569마리(31종)에 달했다.
연구 결과, 사망한 바닷새의 35%, 해양 포유류의 12%, 바다거북의 47%가 사망 전 플라스틱을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섭취가 단순한 오염 문제가 아니라 생물의 장기 기능 장애, 소화기관 폐색, 영양실조로 이어지며 직접적 치명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바닷새는 특히 고무류에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풍선 조각이나 고무 파편 등은 장기 손상과 소화 불능을 일으켜 치명적일 수 있다. 해양 포유류의 경우 연질 플라스틱인 비닐봉지나 쇼핑백, 그리고 낚싯줄·그물 등 어업 폐기물이 가장 큰 위협으로 분석됐다. 바다거북은 해파리와 비슷한 모양의 비닐을 먹이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 경질·연질 플라스틱 모두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오염이 단순한 환경 이슈를 넘어 생태계 전체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경고한다. 플라스틱은 자연 분해까지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이 걸리기 때문에, 현재 바다에 유입되는 플라스틱은 미래 세대의 해양 생물에도 지속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 결과가 각 해양 생물 종의 취약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향후 정책 수립과 해양 보호 조치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죽은 해양 생물의 위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되는 것이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며, 국제사회가 플라스틱 생산과 폐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