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주류 시장에서 한식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인 외식업계 내부 경쟁이 브랜드 자산과 지적재산권(IP)을 둘러싼 법적 분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미 서부 지역에서 갈비찜으로 높은 인지도를 쌓아온 LA 한인타운의 선농단과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세를 넓혀온 대호 갈비찜 간 소송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남게 됐다.
갈비찜 ‘트레이드 드레스’ 도용 여부가 쟁점
이번 분쟁은 2023년 11월 17일, 선농단 운영 법인인 Sun Nong Dan Foods, Inc.가 대호 갈비찜 브랜드와 관련 법인 및 관계자들을 상대로 LA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선농단 측은 캘리포니아 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피고들이 자사의 대표 메뉴인 갈비찜의 조리 방식과 플레이팅 디자인, 매장 운영 콘셉트를 무단으로 모방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객 테이블에서 토치로 치즈를 녹이는 퍼포먼스, 검은색 돌판에 은색 금속 테두리를 두른 서빙 방식 등 식당 고유의 외관과 구성 요소가 상표법상 보호 대상인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피고 측이 두 식당이 동일한 업체이거나 레시피를 정식으로 구매했다는 허위 정보를 유포해 소비자 혼동을 야기했으며, 전직 직원을 수석 셰프로 허위 광고한 점도 문제 삼아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와 함께 황대호, 박일, 박찬원 등 브랜드 창업 및 운영에 관여한 개인들도 피고로 적시되며 전방위적인 법적 공방이 이어졌다.
사건을 담당한 LA 연방법원은 2024년 8월, 선농단 측이 주장한 갈비찜의 서빙 방식과 시각적 요소들이 상표법상 트레이드 드레스로 보호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본안 심리 진행을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양측은 약 1년 6개월간의 대립 끝에 2025년 3월 17일 조정(Mediation)을 통해 모든 쟁점에 대해 합의에 도달했다. 조정 보고서에 따르면, 양측은 소송 비용을 각자 부담하고 동일 사안에 대해 다시 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이후 2025년 5월 1일, 양측 변호인이 소송 자발적 취하서(Stipulation of Voluntary Dismissal)에 서명하면서 법원은 사건을 ‘재소 불가능한 기각(Dismissed with prejudice)’으로 처리하고 소송을 공식 종결했다.
이번 소송은 한인 외식업계에서 경쟁의 축이 단순한 메뉴 구성이나 가격 경쟁을 넘어, 브랜드 정체성과 시각적 연출, 운영 방식까지 포함하는 지적재산권 분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식 갈비찜의 서빙 방식과 시각적 요소가 연방법원에서 트레이드 드레스로 보호될 수 있다는 판단이 제시됐다는 점은 향후 한인 외식업체들의 브랜드 관리와 확장 전략에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해당 소송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인식과 달리 실제 법적 절차는 지난해 5월 이미 마무리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뒤늦게 공개된 법원 문서를 통해 종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번 사례가 한인 외식업계 전반에 던지는 의미에 다시 한 번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