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에 지친 미국 젊은이들이 통화와 문자 등 최소한의 기능만 갖춘 이른바 ‘덤폰(Dumb Phone)’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단순한 복고 유행을 넘어 소셜미디어와 알고리즘에 빼앗긴 시간과 집중력을 되찾으려는 ‘디지털 디톡스’ 움직임이 젠Z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CBS뉴스는 지난 8월 미국 젊은층 사이에서 스마트폰 대신 플립폰 등 단순한 휴대전화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DC에 사는 23세 켄달 슈로헤는 아이폰을 없앤 순간을 두고 “천국 같았다”고 표현했다. CBS는 젊은층이 소셜미디어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과도한 사용시간을 우려하면서 스마트폰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덤폰’은 스마트폰의 반대 개념이다. 전화와 문자 등 기본 기능만 제공하거나 지도, 차량호출, 인증 등 꼭 필요한 기능만 남기고 SNS와 영상 앱 등을 제한한 휴대전화를 말한다.
특히 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한 젠Z가 덤폰 현상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Axios에 따르면 2025년 말 실시된 조사에서 젠Z의 63%가 의도적으로 디지털 기기와 거리를 두는 시간을 갖는다고 답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57%, X세대는 42%였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30세 미만 응답자의 47%가 스크린 사용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들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시간 자체도 상당하다. Axios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하루 평균 약 4시간30분을 휴대전화에 사용하고 하루 약 144차례 휴대전화를 확인한다. 미국 청소년의 경우 하루 평균 소셜미디어 사용시간이 거의 5시간에 이른다는 조사도 있다.
이 같은 피로감은 휴대전화 선택을 넘어 생활문화까지 바꾸고 있다.
미국 곳곳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식당과 바, 공연장 등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업소에서는 손님이 입장할 때 휴대전화를 전용 파우치에 넣도록 하고 있으며, 학교와 결혼식, 졸업파티 등에서도 휴대전화를 보관하는 파우치 사용이 확산되고 있다. Axios는 미국 최소 11개 주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거나 ‘디지털 디톡스’를 장려하는 식당과 바가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덤폰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사업도 생겨나고 있다.

가디언은 지난 5월 미국 스타트업 Dumb.co가 뉴욕과 워싱턴DC 등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없이 한 달을 보내는 ‘Month Offline’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참가자들에게 제공되는 플립폰에는 전화와 문자뿐 아니라 구글 지도, 우버, 왓츠앱, 이중인증 등 현대생활에 필요한 최소 기능만 탑재된다. 회사에 따르면 덤폰 이용자의 평균 연령은 약 24세다.
이 때문에 최근의 덤폰은 과거 피처폰으로 단순히 돌아가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젊은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은 기술 자체의 포기가 아니라 자신을 계속 화면으로 끌어당기는 기술을 제거하는 데 가깝다.
Axios는 젠Z가 소셜미디어를 탈퇴하거나 사용을 크게 줄이는 움직임도 함께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이용자들은 스마트폰을 완전히 버리지 않고 집이나 직장에 두고 외출할 때만 덤폰을 사용하는 방식도 택하고 있다.

복고 문화 역시 덤폰 확산의 또 다른 배경이다.
유로뉴스는 젊은층 사이에서 구형 휴대전화뿐 아니라 아이팟과 워크맨, 레코드판, 오래된 게임기 등 이른바 ‘아날로그 기술’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기기에 대한 피로와 함께 자신들이 직접 경험하지 못했던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기술에 대한 향수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스마트폰을 거부하는 ‘반기술 운동’이라기보다 디지털 기술과의 관계를 다시 설정하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은행 업무부터 길찾기, 쇼핑, 연락, 업무까지 해결하는 시대에 스마트폰을 완전히 포기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실제로 최근 등장하는 덤폰들도 지도와 차량호출, 인증 등 생활에 필요한 일부 스마트 기능은 남겨두고 있다.
결국 미국 젊은층의 덤폰 열풍은 ‘덜 연결되기 위해 일부러 불편함을 선택하는’ 역설적인 현상이다.
더 빠르고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하는 스마트폰 경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스마트폰과 함께 자란 첫 세대가 오히려 “얼마나 많은 기능이 필요한가”를 묻기 시작한 셈이다.
가디언은 이를 젊은층에서 나타나는 광범위한 ‘아날로그 운동’의 일부로 평가했다. 스마트폰 자체를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울리는 알림과 추천 알고리즘, 무한 스크롤에서 벗어나 자신의 시간과 주의력을 다시 통제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K-News LA 편집부>editor@knews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