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가주 해안에서 사상 처음 확인된 바다거북 산란지의 알들이 이번 주말 위험한 높은 파도로 유실될 우려가 커지면서 퍼시픽 수족관으로 옮겨졌다.
생물학자들은 25일 오전 씰비치와 헌팅턴비치에 마련된 산란지에서 바다거북 알을 조심스럽게 수거해 퍼시픽 수족관으로 옮겼다.
헌팅턴비치 당국은 “허리케인 폴로의 영향으로 높은 조수와 위험한 파도가 겹치면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다음 주말 예정된 퍼시픽 에어쇼는 당초 계획대로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헌팅턴비치 산란지 주변의 관람객과 소음, 행사 활동이 바다거북 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올리브 리들리 바다거북 한 마리는 지난 9월 16일 씰비치에서 둥지를 파고 알을 낳는 모습이 목격됐다. NOAA 수산청에 따르면 미국 서부 해안에서 바다거북이 자연적으로 산란한 사실이 공식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흘 뒤에는 씰비치에서 수마일 남쪽에 있는 헌팅턴비치 피어 인근에서도 두 번째 바다거북이 산란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당초 두 번째 바다거북이 첫 번째 거북과 같은 개체인지 여부가 주목됐지만, 전문가들이 몸 형태와 서로 다른 등껍질 무늬를 분석한 결과 두 마리는 서로 다른 개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발견으로 미국 서부 해안에서는 처음으로 자연적으로 형성된 바다거북 산란지 2곳이 공식 확인됐다.
당국은 그동안 두 산란지 주변에 울타리를 설치하고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포식자와 강한 파도로부터 알을 보호하기 위해 상태를 지켜봤다.
바다거북 알은 부화까지 45~60일이 걸리는 민감한 기간에 들어가 있다.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사람과 포식자, 강한 파도로부터 알을 보호하면서 부화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는 데 주력해 왔다.

알을 옮긴 것은 다음 주말 헌팅턴비치에서 열리는 퍼시픽 에어쇼를 둘러싼 우려가 커진 가운데 이뤄졌다. 1,600명 이상이 온라인 청원에 참여해 헌팅턴비치 산란지 주변의 인파와 소음, 행사 활동을 이유로 에어쇼 취소 또는 연기를 요구했다.
올리브 리들리 바다거북은 주로 열대 해역에 서식하며, 태평양에서는 멕시코와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파나마 등에 주요 산란지가 있다. 남가주 앞바다에서 간혹 발견되기도 했지만, NOAA 수산청에 따르면 미국에서 자연 산란이 공식 확인된 적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이례적으로 따뜻한 엘니뇨 해수 온도가 이번 산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수온만으로는 이번 산란 활동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NOAA 사우스웨스트 수산과학센터의 제프리 세미노프 대변인은 엘니뇨가 거북이들이 이 지역에 나타난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면서도 “두 개체가 남부 멕시코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데에는 다른 요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리브 리들리 바다거북은 해류와 파도, 먹이, 기타 환경적 신호에 반응하며 이동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훨씬 남쪽 지역에서 산란하며, 태평양의 주요 산란지는 멕시코와 중미에 위치한다.

퍼시픽 수족관의 제프리 플로켄은 성공적으로 부화할 경우 새끼 바다거북들이 언젠가 같은 해변으로 돌아와 다시 산란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발견이 해당 종의 서식 범위를 넓히고 번성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제 관심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바다거북들이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될지에 쏠리고 있다.
산란지의 알이 모두 옮겨지면서 다음 주말 퍼시픽 에어쇼를 둘러싼 논의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행사와 관련해 추가적인 보호 조치나 일정 변경이 필요한지는 아직 남은 과제로 남아 있다.
<박성철 기자>sungparkknews@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