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최근 폐업 사례를 보면 특정 지역이나 특정 음식점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 두드러진다. 문을 연 지 불과 1~2년 된 신생 식당부터 30년, 40년을 버틴 장수 식당까지 동시에 무너지고 있다.
한인 외식업계에서는 최근 아테시아의 인기 무제한 고깃집 ‘고기더’(Gogi The Korean BBQ)가 갑자기 영업을 중단했다.
약 1년 전 문을 연 고기더는 넓은 주차장과 한국적인 인테리어, 샐러드바와 고기 품질 등을 앞세워 LA와 오렌지카운티 고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현재 영업을 하지 않고 있으며 웹사이트에는 ‘임시휴업’, 구글에는 ‘영구 폐업’으로 표시돼 있다.
같은 아테시아에서는 굽네치킨(Goobne Chicken) 매장도 오픈 약 1년 반 만에 철수했다. 토렌스와 플러턴, LA 한인타운에 이어 남가주 시장 확대에 나섰던 매장이었지만 오래 버티지 못했다.

폐업하지 않은 일부 한인 식당들의 상황도 심각하다.
부에나파크 더 소스몰의 푸드소스(Food Source)와 다이아몬드바의 강남 코리안 바비큐(Gangnam Korean BBQ)는 임대료 문제로 퇴거소송에 휘말렸으며, LA 한인타운 6가 시티센터의 한신포차(Hanshin Pocha) 역시 건물주로부터 임대료 미납 소송을 당했다.
푸드소스의 경우 과거 법원에 제출된 소송 문서에 따르면 기본 임대료와 공용관리비를 합쳐 매달 4만3,000달러 이상을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이것이 한인 식당들만의 위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웨스트할리우드 선셋 스트립에서는 28년 동안 영업한 유명 일식당 ‘스시야 온 선셋’(Sushiya on Sunset)이 9월 29일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1998년 문을 연 이 식당은 리한나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스티비 원더, 존 트라볼타 등 유명 인사들이 찾았던 곳으로 알려졌지만 30년을 눈앞에 두고 영업 종료를 결정했다.
주변 장수 식당들도 잇따라 사라지고 있다.
선셋 플라자에서는 약 40년 동안 영업한 프랑스 식당 르 쁘띠 푸르(Le Petit Four)가 문을 닫았고, 친친(Chin Chin) 역시 40년 넘게 지켜온 매장을 폐점했다.
웨스트할리우드의 유명 해산물 식당 코니 앤 테즈(Connie & Ted’s)도 13년간의 영업을 마쳤으며, 26년 동안 영업했던 더 벨몬트(The Belmont) 역시 문을 닫았다.
유명 칵테일 바 겸 레스토랑 엠플로이즈 온리(Employees Only)도 9월 27일 마지막 영업을 끝으로 폐점한다. 운영진은 한 가지 원인보다는 인플레이션과 높은 인건비, 식재료비를 비롯한 각종 비용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LA 다운타운의 유명 이탈리안 레스토랑 로소블루(Rossoblu)도 오는 11월 1일 폐점을 결정했다. 2017년 문을 연 이 식당 역시 물가와 운영비 상승, 불규칙한 고객 수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하이랜드파크에서 35년 동안 영업했던 델리시아스 베이커리(Delicias Bakery)가 문을 닫았고, LA 지역에서 약 20년 동안 운영된 비건 전문점 더 비건 조인트(The Vegan Joint)는 지난 8월 3개 매장을 모두 폐쇄했다.
칼라바사스에서 28년 동안 영업한 마멀레이드 카페(Marmalade Cafe) 매장도 영업을 종료했고, 미드시티의 명물로 꼽혔던 스카이스 고메 타코스(Sky’s Gourmet Tacos) 역시 34년 만에 문을 닫았다.
특히 30년, 40년을 버틴 식당들까지 잇따라 사라진다는 점에서 최근의 상황을 단순한 외식 트렌드 변화나 개별 식당의 경영 실패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LA 외식업계가 직면한 문제는 복합적이다. 높은 상업용 임대료에 인건비와 식재료비, 보험료, 전기와 가스 등 각종 운영비가 동시에 상승하고 있다.
반면 높은 물가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은 외식 횟수를 줄이고 가격에 더욱 민감해졌다.
식당 입장에서는 들어오는 돈은 줄어드는데 나가는 돈은 계속 늘어나는 구조다.
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상승한 비용을 메뉴 가격에 반영하면 손님이 줄어들 수 있고,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수익성이 악화된다.
특히 LA와 웨스트할리우드 등 임대료와 인건비가 높은 지역에서는 매출이 조금만 감소해도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팬데믹 이후 외식업계를 강타한 충격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이후 할리우드 파업과 물가 상승, 소비 위축 등 악재가 계속 이어졌고, 독립 식당들은 이를 견딜 충분한 자금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최근의 폐업 행렬이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로 문을 연 식당만 실패하는 것이 아니다. 1년 된 고깃집도 문을 닫고, 10년 넘게 영업한 유명 레스토랑도 사라지고 있다.
심지어 30년, 40년 동안 불황과 경기 변동을 견뎌온 장수 식당들마저 간판을 내리고 있다.
한인 식당들의 잇따른 폐업과 퇴거 위기는 결국 한인 외식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LA 외식산업 전체를 덮치고 있는 불황의 한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임대료는 높고 인건비와 식재료비는 계속 오르는데 손님들의 지갑은 닫히고 있다.
한때 손님들로 북적이던 유명 식당과 동네의 터줏대감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가운데, LA 식당가의 ‘폐업 도미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