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2위 경제대국 프랑스가 고금리와 천문학적인 국가부채에 동시에 짓눌리면서 재정위기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국채금리는 20여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앞으로 수년간 1조달러가 넘는 부채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프랑스가 유럽 금융시장의 새로운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최근 5%에 육박하며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초저금리로 막대한 돈을 빌릴 수 있었던 프랑스가 이제는 과거 유럽 재정위기의 중심에 섰던 남유럽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의 조달 비용을 부담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제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국가부채다.
WSJ는 프랑스가 2030년까지 1조달러가 넘는 국가채무를 갚거나 새 국채를 발행해 차환해야 한다고 전했다. 기존 저금리 국채가 만기를 맞을 때마다 훨씬 높은 금리의 국채로 바뀌면서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급격히 불어나는 구조다.
프랑스의 국가부채는 이미 사상 최대 수준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프랑스의 공공부채는 3조5,960억유로로 국내총생산(GDP)의 119%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97.9%와 비교하면 불과 수년 사이 20%포인트 이상 뛰었다.
내년에는 부채비율이 GDP의 122%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매년 내야 하는 이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AP통신은 국가채무 이자비용이 2027년 900억유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이 정도면 정부의 핵심 정책 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빚을 갚기 위해 쓰는 돈이 늘어날수록 교육과 복지, 국방, 공공서비스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재정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의 불안도 뚜렷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10년물 국채와 유로존의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의 금리 차이는 최근 1.5%포인트를 넘어섰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1년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투자자들이 프랑스 국채를 보유하려면 독일 국채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프랑스발 불안은 유로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프랑스의 재정과 정치 불안이 확대되면서 유로화가 최근 17개월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프랑스 정부가 재정을 정상화할 방법도 쉽지 않다.
정부가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올리면 즉각적인 사회적 반발에 부딪힌다. 반대로 경기와 민심을 달래기 위해 돈을 더 풀면 국가부채와 국채금리가 다시 뛰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최근 공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고교생 시위와 공공부문 노동계의 집단행동까지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본격적인 긴축에 나설 경우 사회적 충돌이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치권의 분열 역시 재정개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정부가 적자를 줄이기 위해 대규모 지출 삭감을 추진하더라도 의회에서 이를 통과시키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WSJ는 프랑스가 재정개혁에 실패할 경우 장기적으로 국가부채가 GDP의 200%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유럽 재정위기의 진앙은 그리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프랑스는 유로존 2위 경제대국이자 유럽 금융시장의 핵심 축이다. 프랑스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본격적으로 흔들릴 경우 충격이 프랑스 한 나라에 그치지 않고 유로존 전체의 국채와 은행, 유로화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막대한 부채의 차환 시계까지 빨라지면서 프랑스 경제가 앞으로 몇 년 동안 유럽 재정의 최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K-News LA 편집부>editor@knewsla.com



